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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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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꽃
  • 정영희
  • 승인 2015.01.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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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여천초등학교 교장
정영희 칼럼.jpg

남쪽 해안가 바위틈에 복수초(福壽草)가 피었다는 지인의 안부다. 뭐가 그리 급해선지 모르지만 빨라도 너무 빨라 발바닥이 간지럽다. 고소공포증이 아니라면 항공 캡처라도 하여 교육가족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미 땅속에선 온기 때문에 무수한 꽃들이 맨발로 징검징검 돌아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추위를 쫓아내려는 꽃들의 즐거운 삽질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복수초는 겨울꽃이라고 해야 더 어울린다. 겨울바람이 물러가기에는 아직 담을 가방도 채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라도 드리고 떠나는 게 예의이겠지만 자연의 섭리라는 게 그리 간단치가 않으니 달력에 목을 매달고 사는 사람이 어리석기도 하고 안쓰럽다. 계절을 앞질러가는 자연의 미물(微物) 앞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가 상대적 우월성과 절대적이라는 고정관념을 알면서도 또 깨트려야 할 때다.
 
말뜻 그대로 복을 기원하는 꽃인 복수초(福壽草)는 그 이름도 다양해서 원단화, 설련화, 얼음새꽃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새해 인사를 할 때 복수초 화분을 선물로 많이 사용한다는데, 그 이유는 새해를 축하한다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은 따뜻하여 비교적 개화가 빠른 편이어서 올 겨울 한파에도 벌써 얼굴을 내밀었다니 아무래도 겨울꽃이라 불러야 옳겠다.
 
당초 계획 인원보다 두 배가 넘는 선생님들이 여수“히든베이홀”로 모여들었다. 제12회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렸기 때문이다. 혹시, 동면(冬眠)에서 갓 깨어난 복수초의 어린 자태에 눈길을 맞추고자 많은 선생님들이 모인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겨울꽃이 이미 백두대간을 따라가며 빨강우체통마다 안부엽서를 미리 전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참, 고놈! 부지런하기도 하다.
 
단위학교 교육과정 내실화를 기하기 위한 정보교환과 공유의 장으로 이만한 좋은 행사가 없겠다. 언 땅을 뚫고 온몸으로 데운 열기에 핀 꽃들이어선지 들여다보는 곳마다 무지개 빛깔이다. 이를테면 객장의 애널리스트들처럼 집집마다 특색 있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이야기꽃으로 겨울 저녁 바다가 화롯불처럼 뜨겁다. 이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목말라하는 선생님들이 오랜만에 마음껏 갈증을 푸는 자리였다.
 
먹거리가 더 따뜻했으면 했다. 복수초라도 실컷 보고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다음을 약속하는 자리마다 이야기꽃이 만발했으니 더하여 책갈피마다 남녘의 꽃소식도 끼워 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성공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 애쓴 전라남도교육청, 교육부 관계자, 여천초 드림팀에게 복수초 한 송이씩 나눠 드린다.
 
복수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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