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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안전 1등 국가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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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안전 1등 국가로 만들어야"
  • 최대욱
  • 승인 2014.04.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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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욱∥교육학박사, 한국교총부회장, 장흥용산중 교사

어린 제자들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들이 어둡고 차가운 배 속에서 느꼈을 허망함, 불신감, 실망감, 공포감을 생각하면, 그 부모님들의 검게 타 재가 되었을 애간장을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납니다.

부디 먼저 간 제자들은 어른들을 믿어도 되고, 안전사고가 없는 행복한 곳으로 가소서! 그리고 실종 상태에 있는 제자들은 모두 인간의 극한점을 넘어 생환의 기적을 꼭 보여 주소서!
 
누구나 한번쯤은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 “~호의 선장이 되어 조직을 이끌어 나가겠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선장의 승객에 대한 책무성은 다른 조직의 장보다 엄중해야 함을 의미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배의 선장은 어떠했던가? 슬프도다. 부끄럽도다. 화가 나도다.
 
반대로, 어린 제자들을 위해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운명을 달리 하거나 실종된 선생님들! 당신들은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들의 사표가 될 자랑스러운 스승님이십니다. 어린 제자들을 허망하게 보낸 교직 동료로서 부끄러우면서도 당신들 덕분에 불행 중에도 희망을 봅니다.
 
당신들은 선생님들의 도덕성이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셨고, 선생님들은 제자를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남아있는 모든 선생님들도 그 상황이 된다면 당신들처럼 행동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이번 세월호의 불행한 사고를 겪은 후 수학여행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논란이 뜨겁다. 당연히 그런 논의가 있어야 옳은 일이라고 본다.
 
일선 학교현장서도 그동안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최근 교총이 256명의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학년 단위의 대규모 수학여행 폐지에 대해 64.7%가 찬성하였다. 교육부에서도 이미 대규모 수학여행 대신 4학급 또는 150명 이하의 소규모 단위의 테마형 수학여행을 권장해 왔고, 일선 학교에서도 그렇게 실시하는 곳이 있어왔다.
 
그러나 대규모로 이루어진 이번 수학여행에서의 불행은 물론, 2011년 소규모 테마형으로 충남 보령시의 용두해수욕장에서 카약을 타던 모중학교 3학년 생 56명이 바다에 빠지고 그 중 한명이 실종,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최근 세계적 교육의 흐름은 청소년들에게 환경에의 적응, 적성과 소질의 계발, 미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면서 창의력, 문제해결력, 고등사고능력을 함양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수시개정 포함)에서도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의 지나친 학습 부담은 감축하고, 학습흥미를 유발하도록 권하고 있고, 중학교의 경우 체험활동(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으로 3년간 306시간을 운영하도록 되어있다. 또 현 정부 들어 시범운영하고 있는 자유학기제에서도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그 결과 학교현장에서는 수학여행은 물론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교외활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에 무서운 안전사고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교총의 초중고 교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8명 이상이 “최근 1~2년간 학교 밖 교육활동이 늘고 있다”고 인식하고, 교외활동을 하다가 학생안전사고 위험이 있었거나, 안정사고가 발생한 경험이 있었다는 응답이 46.8%에 달했다.   
 
현재의 체험활동을 중시하고 있는 시대적, 교육적 상황에서 수학여행을 전면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교육부에서 결정한 금년 1학기 동안 초중고교의 수학여행 전면 중지도 폐지는 아니고 한시적 보류일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수학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교육적 효과가 적지 않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대규모 수학여행은 교통의 편리성과 가족단위 여행의 활성화로 불필요한 경우가 많이 생겼다.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얼마 전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다녀온 학생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시 수학여행에 참석했던 예도 있었다. 따라서 수학여행을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하게, 소규모로, 테마형으로,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어떤 형태로 수학여행이 이루어지든 문제는 이동상의 안정성 담보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당국은 교외 교육활동을 비롯한 국가 전체의 모든 분야에 대한 안전대책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철저히 재검토, 재보완, 재수립하고, 안전사고 예방훈련을 실전처럼 꾸준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당국과 이번 사건에 분해하고, 눈물 흘렸던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대한민국을 안전 1등 국가로 꼭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우리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어른들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억울하게 꺾인 못다 핀 꽃송이들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되갚는 길이 될 것이다.  끝으로, 생각할수록 가슴 미어진 희생된 제자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실종자 여러분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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