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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유산? 정신적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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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유산? 정신적 유산!
  • 김영수
  • 승인 2009.09.24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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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광주교육발전연구소 이사장

추방이란 것은 낯선 세계, 낯선 공간에 버려지는 걸 말한다. 차라리 구치소라고 한다면 공간의 그림이 그려지겠지만 추방이란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진작가 김중만은 첫 번째 추방에서는 그는 군부독재에 방황하고 좌절했지만 두 번째 방황에서는 미래를 발견한다. 그러한 방황의 와중에 그는 어느 날 문득 사진 한 장이 주는 사명감으로 일어섰다.

카메라는 기계작업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가장 인간적인 냄새 몇 프로를 감지하며 그걸 렌즈에 담으려는 몸부림으로 여기까지 왔다. 피사체는 인물의 향내를 지녀야 한다는 신념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갔던 김중만은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의 허허벌판과 만났다.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부모님의 삶, 속에서 그는 고등학교는 프랑스에서 다니는 선택을 했다.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야 아프리카 땅에서 의료봉사로 행복했던 부모님의 얼굴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는 임종 시 2000달러의 유산을 내밀었다. 괜찮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참으로 그 액수가 크게 느껴져 주저 없이 만족감을 나타냈다. 200만원 남짓한 돈을 유산으로 받으며 부모님의 정신적인 유산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슈바이처 같은 아버지를 둘 수 있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라면서….

김중만은 2007년 4년 프로젝트로 아프리카로 떠났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축구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이고, 아름다운 사막 사진을 찍기 위해서이고, 아프리카 음악으로 한국과 문화페스티벌을 열기 위해서다. 가치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불태우는 남자는 아름답다. 아버지가 행했던 방식대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고 있다.

생활상을 찍은 사진전의 수익금으로 다시 그들을 돕는다. 가려진 제 3세계의 그늘을 들추어 세상에 꺼내 보이는 일말이다. 에이즈 환자를 찍을 때 그는 덜컥 환자의 손을 잡을 정도로 그들에게 해준 일을 먼저 묻는다. 삶은 개인이 안고 가는 무게다. 얼마나 풍요롭게 살다 가느냐도 개인의 몫이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것을 물질이라는 가치로 재단을 해버리곤 한다. 그것은 우리가 인생을 풍부하게 살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정신적 유산과 물질적 유산 중에 어느 것을 원하느냐?”라고 학생들에게 묻는 나의 질문에 어김없이 둘아 오는 대답은 100%가 물질적 유산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자본주의라는 걸 확고하게 알아버린 걸까. 학생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부모가 어떤 봉사의 삶을 살았건 그 가치는 별개로 두고 보는 듯하다. 설령 페스탈로찌나 슈바이처나 마더 테레사나 마틴 루터 킹과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에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질 것만 같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무섭게 변해버렸느냐?”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아이들은 우리 삶 속의 거울이다.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어른들이 지독한 속물주의로 가고 있는 이상 아이들 역시 그러한 시선으로 노후인 우리를 대접할 것이다. 보고 배운 대로 그대로 행하는 이치인 것이다. 가치란 꼭 물질에만 있지 않다.

가치를 한정되어 폭 좁은 것으로 국한할 때 우리는 그만큼 풍부하지 못한 인생을 살다 갈 것이다. 부모의 일생이, 스승의 일생이, 주변 어른들의 일생이 시대를 지나오면서 신념에 충실할 때 우리가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주변이 가치 있는 삶을 살 때 아이들 앞에서 손가락질 하지 말고 그 삶을 존경해달라는 것이다.

삶은 여러 형태다. 5%의 부자만이 성공한 삶이라고 했을 때 나머지 95%는 실패의 삶이라는 말인가. 그것은 우리 기성세대가 만든 왜곡된 가치관이다. 어떤 삶을 살든 봉사의 삶, 영향력 있는 일생이라면 비록 부자가 아니더라도 성공한 삶이다.

꼭 물질적 가치로만 환원하는 척도는 배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어른들의 몫, 교육의 몫이다.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물려주자. 자본주의 안에도 다양한 형태의 모두가 성공한 삶의 비법이 있다는 걸 귀띔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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