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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정치이념이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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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정치이념이 된 까닭
  • 안용호
  • 승인 2009.10.0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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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이번 추석은 풍년이 든 데다 마을 인심도 훈훈했다. 사람들이 생기가 돌고 자신감에 차 있어 보였다. 마침 개천절과 겹쳐서 무등산 천제단에서 단군성조께 제사를 지내고 내려오면서 고등학교 때 품었던 의문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유학은 어떻게 중국에서 일반 사람들에게는 ‘입신출세를 위한 시험과목’이 되었고 왕에게는 ‘천하를 다스리는 통치술’이 되었을까?

춘추전국시대 5백년 간은 무법천지의 시대였다. 진나라의 폭정이 끝나고 한나라가 세워지고부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선 백성들이 지쳐있어서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다.그렇지만 한나라 고조 유방은 배운 것도 적었고 학문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은 사람이다. 경서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어!”라며 무식함을 드러내었다. 이에 여러 신하들이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여러 방략을 내 놓았지만 ‘무위자연’으로 백성들을 심하게 다스리지 않고 놔 둚으로써 살림은 점차 풍족해지고 민심은 조용히 가라앉으며 평화가 온 듯 보였다.

이때 한나라에 한무제라는 황제가 등극한다. 16살에 등극한 이 영민한 황제는 22살에 놀라운 방을 천하에 붙인다.

“천하의 모든 지혜와 계책을 구하노라. 누구든지 자신의 생각과 지혜를 나에게 들려주기 바라노라.”

수많은 계책 가운데 황실의 박사인 ‘동중서’가 쓴 것이 황제의 마음에 쏙 들었다. 동중서는 덕치를 주장하면서 ‘예악교화’를 주장하고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하는 일통 사상을 주장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통은 천하 모든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하늘의 뜻에 맞추어 똑같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가 지금 황제가 된 것은 하늘의 뜻에 맞추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한무제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니 당신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중서의 대일통사상은 황제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황제는 “이제 공자의 사상 외에 모든 사상을 폐기하라. 그리고 전국적으로 학교를 세워라.”고 말한다. 이후 유가 사상은 중국 역대 왕조의 통치 이념이 되어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 통치 이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를 더 들어보자.

먼저 공자의 사상은 원래 주나라의 봉건제도를 강화하고 천자의 권위를 확립해서 예의 정치를 실현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 같은 보수적인 성격 때문에 유가는 언제든 안정된 왕조의 통치 이론으로 채택될 여지가 있었다.

둘째, 유가가 중국 왕조의 공식 사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유가의 정치관과 관련이 있다. 정치란 단순히 백성을 억누르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지도라는 측면이 있다. 백성들이 현재의 상태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잘못을 깨달아 바른 길로 가도록 이끄는 것이 정치의 주된 역할이다. 유가의 정치사상에는 바로 그것이 있었다.

셋째, 유가는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유가는 통치 집단에게 끊임없이 백성을 사랑할 것, 학문에 정진하고 인격을 수련할 것을 강조한다. 유가의 인간학은 우리가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를 설명해 놓은 것이 아주 많다. 나를 둘러 싼 모든 인간과의 지킬 일을 설명해 놓았다.

넷째, 유가가 가진 또 다른 힘은 중국의 전통 문화를 집대성 했다는 점이다. 시경 속에는 중국 역대의 시문학이 들어 있고, 예기에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와 역대의 문물제도가 들어 있으며, 춘추에는 역사가 들어 있다. 그리고 점과 관련된 기록은 주역에 다 들어있다. 그런데 이 모든 책이 유가의 기본 경전인 것이다.

이처럼 유가는 중국문화를 전체적으로 포괄하고 있는 학파이고, 이 점 또한 다른 학파들이 갖지 못한 유가의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통치 이념이 됐고, 송나라 정치 제도는 그대로 이씨조선의 통치 이념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유가의 정신세계에서 살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떠오르는 중국을 다시 보고 있다. 2027년에는 미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는 성급한 진단도 나왔다. 또 중국이 입을 열면 오바마도, 차베스도 귀를 세운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주변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의 변화는 우리의 국가 전략을 고차원적으로 유연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새로운 모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육자들은 세계를 새롭게 보는 안목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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