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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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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며
  • 류제경
  • 승인 2010.03.0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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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2009학년도에 실시되었던 초6, 중3, 고1 학년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전국의 각 교육청과 각급 학교는 평가 결과 공개가 가져온 후폭풍으로 지금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NCLB(No Child Left Behind)가 바야흐로 2010년 대한민국에서 요동치고 있는 것입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적인 일제평가 실시 여부가 논란의 핵심 사안이었습니다. 그랬는데 이젠 현실 상황과 사회 일반의 시각은 일제평가 시행 자체를 전혀 시비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가 결과의 공개까지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주변의 상황이 이렇듯 급속하게 변해 가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평가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줍니다. 학생들에게 주는 효과는 매우 큽니다.

자신의 학습 결과에 대한 성취 정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자신의 학력 실태나 능력의 정도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줍니다. 자신이 어느 부분에 특기나 재능이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주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에게 자극을 주고 학습에 대한 성취동기를 부여해 주는 구실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으로써 전반적인 학력 수준을 향상시켜 주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바람직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에게 있어서도 평가는 자신의 수업 방법에 대한 반성,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개별처방식 수업 및 학생 정치에 대한 자료도 제공해 줍니다.

그렇다고 평가가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피드백 자료를 제공해 주는데 목적이 있는 평가가 잘못 시행되었을 경우 그로 인한 역기능은 현장에 큰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루어 지는 평가가 평가의 본질에 어긋났을 경우 그 폐해는 교단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요.

첫째, 선발이나 자격 목적이 아닌 교사와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한 평가는 본래 가르치는 사람이 출제하여 실시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물론 현재 법에서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학교와 교사에게 대폭적으로 이양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평가도 그런 흐름에 따라 시도 수준으로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둘째, 교육의 본질은 전인을 기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식을 누가 많이 알고 있느냐로 교육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다 보면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을 기르는 데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식의 평가를 너무 지나치게 강조했을 경우 그 지식은 인성을 해치는 칼이 되고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습니다.

셋째, 교과의 본질에 맞는 평가, 창의성이나 문제해결력 등 고등정신능력을 측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평가가 아닌 단순한 지식의 암기나 이해 정도를 묻는 평가가 되었을 경우 그것은 교육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 예로 출판사에서는 지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문항을 분석하여 그런 유형의 문제를 실은 문제집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고 있고, 실제로 교실 현장에서 실험을 하기 보다는 문제집을 구입하여 다룰 개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날, 창의성은 개인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창의성 신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 활동과 실험실습의 철저한 이행 그리고 과정을 중시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근래에 들어 선생님들의 마인드와 교수학습 형태도 학생들의 창의성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많이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수준의 평가가 지식의 단순한 암기나 이해 여부를 묻는 문항에 멈춘다면 그동안 현장교사들이 쌓아온 창의력과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수업은 일거에 무너지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평가가 만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평가는 반드시 실시되어야 합니다.

교육과정상 운영의 핵심에 평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라건대 평가의 본질을 살리는 평가, 교과의 본질을 추구하는 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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