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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와 패자 그리고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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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와 패자 그리고 민심
  • 류제경
  • 승인 2010.06.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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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최재우 선생의 사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내천(人乃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은, 사람이 곧 하늘이고 백성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 있으니 그러므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민심을 잘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본주의 사상을 토대로 동학을 창시하셨습니다.

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인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선생께서는 일찍이 왕권국가 체제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역설하셨던 셈입니다. 백성을 귀하게 여기고 백성의 마음을 읽는 것 즉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그러므로 정치인이나 행정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것입니다.

선거가 끝났습니다. 유사 이래 한번 선거에서 이렇듯 많은 사람을 선출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선거는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판별해 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합니다. 민심에 호소하던 많은 후보자들은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패자들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선택 받은 승자들에게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 국민이 그들에게 부여한 권력을 얻었습니다. 그 권력은 국민이 자신들을 대신하여 바른 정치, 바른 행정을 해 달라고 잠시 맡겨둔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민심의 뜻을 잘 살펴서 심부름꾼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충실한 공복이 되겠다고 호소했던 사람들이 권력을 갖게 되는 순간, 태도가 돌변하여 국민을 우습게보고 그 위에 군림하려했던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습니다. 권력은 유한한 것입니다. 권력은 잘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고 맙니다. 권력의 노예가 되어 민심을 함부로 농단했던 권력자들의 말로가 어떠했던가는 역사가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은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준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권력자는 겸손해야 합니다.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민심을 추상같이 받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권력은 국민을 섬기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권력 위에 서서 경거망동, 안하무인하면 권력의 매서운 심판을 반드시 받게 됩니다.

승자들은 이제 민심을 달라고 요구하던 때의 초심을 잃지 말고 국민이 그들에게 잠시 위탁한 권력을 임기 말까지 국민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다가 받은 그대로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승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자신과의 경쟁 상대였던 패자를 자신의 동반자로 너그럽게 포용하는 일입니다. 승자에게 그런 아량이 없다면 그는 승자될 자격이 없습니다. 스포츠맨십은 운동경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결과에 승복하며 승자를 축하하고 패자를 격려하는 자세야말로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꼭 필요한 스포츠맨십입니다. 누구도 영원한 승자는 될 수는 없기 때문이며 그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승자와 패자 간에 가슴에 쌓인 앙금, 감정의 찌꺼기들을 하루 빨리 씻어 내고 통합을 이루어 내는 일입니다. 이것은 승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패자도 또한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승자들만의 사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패자들만의 집단도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화합하고 협력하여 공동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결집하는 일은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민심의 명령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심은 우리들 교실에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읽어 그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 주고, 그들이 부족해 하는 곳을 잘 매꾸어 주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학부모들의 민심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요구와 바람이 무엇인지 항상 귀 기울려 듣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민심을 항상 주의 깊게 살피고 그것을 소중하게 받드는 것은 훌륭한 공복, 존경받는 교육자의 필수덕목이요 기본자세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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