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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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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부문화
  • 류제경
  • 승인 2010.06.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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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사유재산과 개인의 권리를 가장 존중하는 자본주의의 메카이자 기부의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에서 이번에는 억만장자 개인의 재산 절반을 자선사업에 내놓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어서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기부문화의 역사를 바꿀지도 모를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기부운동은 미국의 대표적 갑부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두 사람이 지난해 3월 오마하의 허름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 대화하는 과정에서 제시되었습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두 사람은 두 달 후인 5월 뉴욕에서 14인의 비공식 억만장자 만찬 회동을 가졌고, 미국 기부문화의 선두주자인 록펠러가의 후손 데이비드 록펠러에게 호스트 역할을 부탁했습니다.

이 날 만찬석상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테드 터너 CNN 설립자, 세계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 오프라 윈프리, 주택건설로 재산을 모은 뒤 자선사업을 하는 엘리·에디드 브로드 부부, 시스코시스템으로 부를 축적한 실리콘밸리의 존·타시아 모그리지 부부 등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의 기부활동과 이에 따른 어려움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후, 이 모임의 구성원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이들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더 모임을 갖고, 첫 단계로 생전 또는 사후에 자기 전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하는 선언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50%의 기부선언을 한 부자는 브로드, 모그리지 부부 등 8명의 억만장자 부부들인데 이들은 동참할 가능성이 많은 부자들에게 이메일을 띄우고 전화를 걸어 기부 선언을 하도록 독려하고, 올 가을 '위대한 기부자 콘퍼런스' 개최를 고려하고 있으며, 앞으로 3~5년 뒤면 이 운동이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평소 “자녀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주면 독(毒)이 된다” 고 말해온 버핏은 억만장자들에게 “90대까지 기다리면 지금보다 지력(智力)과 의지력이 나아질 가능성은 제로”라며 결정을 미루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버핏과 게이츠 부부가 설득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부자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들인데 이들의 재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1조2000억 달러에 달해 이 운동이 결실을 보게 되면 약 6000억 달러의 기부금이 조성되는 셈이라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세계 GDP(국내총생산) 순위 17위였던 터키의 GDP와 비슷하고 우리나라 GDP의 약 70%에 해당되는 규모라고 합니다. 속담에 ‘부자 3대 가기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아도 부자가 3대를 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부자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하면 그 자식들은 열심히 일 하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땀 흘려 일군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쓰게 되며, 또한 자식들이 그 재산을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다투고 싸우는 바람에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의 계속적인 유지는 어려운 것입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왔고 또한 이 세상 떠날 때에도 실오라기 하나 가져가지 못하고 돌아가게 됩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삶을 누리게 되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재산까지 모았다면 그것은 주변 사람들의 덕택에 덤으로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재산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면 독(毒)이 된다’고 한 버핏의 말은 오늘날 갈수록 인정이 메마르고 삭막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명언이자 큰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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