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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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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소고(小考)
  • 류제경
  • 승인 2010.07.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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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2005년 4월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선 교단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원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 하나를 내렸습니다. 그것은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그것입니다.

당시 인권위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시상을 목적으로 한 학생들의 일기장 검사행위'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지를 물어와 이같이 판단했다며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일기검사 관행을 개선하고 일기 쓰기 교육이 아동 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지도ㆍ감독하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소중한 삶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나 생활의 반성을 통해 좋은 생활습관을 형성하도록 하기 위해 아동기에 일기 쓰기를 습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그렇게 되면 일기가 학생에게 사적 기록이라는 본래 의미가 아닌 공개적인 숙제로 인식돼 일기 쓰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일기의 교육적 측면보다는 인권위 본래의 업무인 인간의 사적권리 보호에만 잣대를 들이댄 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0년 여름의 우리 교육현장에 또다시 학생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보수 대 진보’에서 ‘교사 대 학생’으로 그 전선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 지부와 참교육 학부모회, 청소년 인권운동단체인 ‘아수나로’ 등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서울본부 발족식’을 개최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교총은 “학생인권조례는 학교라는 특성을 무시한 채 보편적 인권 가치로만 접근하고 있다. 학생 개인이 지나치게 인권을 강조하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수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학생 인권 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현장 교사들이 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생활지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며 학생인권을 강조하다 보면 교실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면서 굳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면 ‘교권신장조례’도 만들어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의 한 고교 교사가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배가 고파 수업을 못 받겠다. 매점에서 뭐 좀 사먹고 오겠다’고 말하기에 ‘수업시간이니 쉬는 시간에 다녀오라’고 하자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더라”는 사례와 다른 고교 교사의 경우 “수업 시간에 학생이 다른 과목을 공부하고 있어서 ‘넣어라’고 말했더니 ‘인권침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하는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학생들의 인권은 가정에서건, 사회에서건 중시되어야 합니다. 물론 학교에서는 더더욱 학생의 인권이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배우는 과정에 있습니다. 참다운 인권의 의미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고 남의 권리의 소중함도 배워야 합니다. 나의 권리 주장에 앞서 의무의 무거움도 배워야 합니다.

자유당 시절에 미국에서 물밀 듯이 들어온 자유라는 가치가 아직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못했던 우리 땅에서 자기의 자유를 누린다고 타인의 자유를 얼마나 유린했었는지 그 역사를 우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것입니다.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학교가 그리고 교실이 인권의 이름으로 수업 중 매점에 가는 학생, 공부시간에 만화책을 읽는 학생을 통제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이미 인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입니다. 올바른 인권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위에서 이루어져야지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인권이 주장된다면 그것은 이미 인권의 도를 벗어난 것입니다.

일반적인 인권의 개념을 학교 현장에 적용했을 때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의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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