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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 푸어(edu-poor)를 조장하는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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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 푸어(edu-poor)를 조장하는 세태
  • 나윤수
  • 승인 2010.08.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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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수∥본지 고문

최근 푸어라는 말이 유행어다. 워킹 푸어는 일하는 빈곤층이다. 88만원 세대가 등장하면서 일을 하면 할수록 가난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하우스 푸어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새로 생긴 하류층이다. 불패 신화로 이름을 날리던 강남 아파트가 애물 단지로 전락하면서 빚을 내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이 이른바 하우스 푸어, 즉 집가진 빈곤층을 이룬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만이 하우스 푸어라는 암울한 진단도 나온다. 이들은 은행이자를 갚는데 허덕이다 보면 소비할 자금이 얼마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새로운 푸어족이 조만간 등장할 태세다 아마도 새로운 푸어족이 등장한다면 에듀 푸어족이 그것이다. 물론 필자가 지어낸 말이지만 과장도 아니다.

자식 둘만 대학까지 교육 시키고 나면 살림 거덜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교육 시키다 하류층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에듀 푸어라 말하고 싶다. 광주에서 서울에 자식 둘만 대학까지 보내면 아무리 괜찮은 살림도 흔들리기 일쑤다. 한학기 1천만원 시대에 어쩌다 유학이라도 보낸다면 살림 망조든다는 표현도 전혀 틀리지 않다.

요즘 자식하나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 보내려면 네 가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강남에서 유행하고 있다.“할아버지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 정보력, 그리고 동생의 희생”등 네 가지다. 아빠가 번 돈으로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할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할아버지의 재력이 우선 꼽힌다. 아빠의 무관심은 “옛날 우리 때는 어쨌는데 식의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 봤자 요즘 같은 정보시대 입시교육에 별 도움되지 않으니 애들교육에서 저만치 떨어져 달라는 요구다. 반면 엄마의 역할은 대단하다. 엄마의 정보력은 입시에 거의 절대적이다. 대학마다 전형이 천차 만별인데다 입학 사정관제마저 도입되면서 강남 아주머니들은 초등학교때부터 대학입시 정보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엄마의 정보력에 따라 대학이 결정되는 시대이므로 엄마의 정보력은 절대 흘려 보낼 수 없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강남 대치동 아줌마들의 입시 전략이 책으로도 출판돼 불티나게 팔렸겠는가. 마지막으로 동생의 희생은 두 자식을 모두 좋은 대학에 보내기에는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한자식은 일치감치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다. 다소 비정하지만 이것도 무시할 바는 아니다.

네가지 필수적 요소가 다소 과장됐다고 해도 우리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실제 강남의 웬만한 학생들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등 과외교사가 붙어 과목당 60-7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일부 부유층은 과목당 100만원 넘는 경우도 흔하다. 그나마 학원은 싼 편이다. 학원 1번지 대치동의 경우 학원비는 과목당 초등학생 25만원, 중학생 30만원, 고등학생 40만원선이다. 과외나 학원을 다니지 않고는 명문대학에 갈 수 없는 현실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니 강남부자라해도 웬만큼 벌어도 늘 쪼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 대기업 부장쯤 되는 월급도 버겁다는 것이 뉴스가 됐다. 이쯤되면 대한민국은 교육시키다 부모가 모두 하류층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해도 별로 할 말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교육시켜도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데 있다. 현재 청년 실업자수는 1백만이 넘어 4명중 하나는 집에서 놀고 있다는 통계다.

그렇게 가고자 했던 서울의 명문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죽자 살자 가르쳐놨더니 백수라면 더이상 할말이 없다. 대학에서 들어가는 비용에다 해외 연수니 뭐니 하면 교육은 학부모 살림을 거덜내는 돈먹는 하마나 다를 바 없다. 이쯤이면 워킹 푸어에다 하우스 푸어, 에듀 푸어가 곧 현실이 되고 만다는데 동의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노후 대책도 부실화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베이비 붐세대(55년-63년 출생)자의 본격적인 퇴직이 시작됐다. 그러나 아파트 값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자식 교육에 올인한 베이비 붐 세대가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지는 장담 할수 없다. 그나마 연금이라도 탈 정도는 다행이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 아파트 한 채로 중산층노릇했으나 이마저도 끝났다면 뭘로 살아갈지 걱정이다. 예전에는 아파트 한 채 사놓으면 중산층에다 노후 대책이라도 가능했지만 값이 끝없이 오르던 시대는 끝났다. “재수 없이 오래 산다”는 말이 우스갯 소리는 아니다. 기껏 공부 시켜 놨더니 자식은 비정규직으로 워킹 푸어 신세고 자신은 200만 하우스 푸어 신세의 한 사람으로 전락한 처지라면 정말 암담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지킨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국가가 책임진다면 몰라도 자식 교육에 올인하다가는 누구도 에듀푸어를 면치 못한다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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