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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용호
  • 승인 2011.06.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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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1978년 고엽제 추정물질 500t 이상을 묻었다.”는 퇴역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에 이어 전직 주한미군 군무원 구자영씨가 “1972년 테니스장 크기 2곳에 화학물질이 매몰됐다.”고 밝힘에 따라 캠프 캐럴에 매몰된 화학물질의 양과 종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군 당국이 고엽제 매립 의혹이 있는 경북 칠곡면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발생한 ‘모레쓰레기’를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으로 옮겨 폐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1991년 4월 발간된 미 육군 공병단의 ‘미 8군과 주일미군 등의 위험 폐기물 최소화 방안’ 연구보고서에는 캠프 캐럴에서 발생한 유해 쓰레기인 모레 쓰레기가 해마다 100t에 이르고 모레쓰레기는 아직도 캠프 캐럴에서 부평의 군수품 재활용 유통처리소로 옮겨져 폐기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미군 기지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최악의 환경재앙 사건인 ‘러브 캐널 사건’과 닮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러브 캐럴 사건은 화학물질 불법 매몰로 건강 피해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집단이주까지 하게 된 미국 최악의 토양 오염 사고다. 대량의 화학 물질이 매몰됐고 30여년 뒤에야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 미군기지 고엽제 매몰사건과 상당히 닮았다.

1800년대 말 시작된 러브 캐널 사업은 미국 나이아가라폭포 인근의 두 호수를 길이 10km의 운하로 이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1910년대 미국 경제 불황으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운하자리에는 깊이 1.6km, 폭 3-12m의 웅덩이만 남았다. 그리고 40년대 한 화학물질 취급 회사가 이 웅덩이에 다이옥신을 포함한 화학물질 2만여 톤을 묻었다. 성토가 끝나면서 러브 캐널 자리는 평범한 주택가로 변했고, 학교가 세워지고 마을이 들어섰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마을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가로수와 정원의 식물이 말라죽고 하수구에서 검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주민들은 유난히 피부병, 심장질환, 천식 같은 질병들을 자주 앓았다. 78년 한 학부모가 아들의 만성 천식과 신장질환이 학교 아래 묻혀 있는 화학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 학생들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러브 캐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정한 미 연방정부는 78년 이 지역을 ‘환경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240여 가구를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러브 캐널 사건 같은 토양 오염의 비극이 주한 미군에 의해 한국에서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오염공포는 경기 부천의 캠프 머서,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 강원 춘천의 캠프 페이지, 등 미군기지 전체로 확산되면서 공포심까지 유발하고 있다. 그럼 고엽제는 언제 개발됐을까?

미국 국방부는 6․25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2년에 실전에 사용하기 위해 고엽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무장지대에 고엽제를 항공 살포 했다. 99년 ‘함께 사는 길’에 게재된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라는 글에는 68년 4월부터 비무장지대에 살포한 분량이 무려 140만 리터, 드럼통으로 7000여개에 이른다고 하니 소름이 끼친다.

게다가 미국이 베트남의 정글에 뿌린 고엽제의 양은 5만t에 이른다. 고엽제는 ‘에이전트 오렌지’라고도 하는데 이 약품이 노란색 드럼통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 제초제의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다이옥신은 청산가리의 1만 배, 비소의 3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지녔다. 고엽제에 노출되면 다이옥신에 의한 폐암, 간암, 임파선암, 혈액암, 생식기능장애, 면역손상, 기형 발육장애 등이 올 수 있다.

무서운 고엽제 사건도 있지만 미군기지에서 나오는 폐유는 더 문제가 큰 것으로 26일 전북 군산시 옥서면 선연초등학교 뒤 농수로에서는 미 공군기지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기름띠가 확인됐다. 기름띠는 약 2km 떨어진 새만금 방조제 내측까지 이어졌다. 충남 보령 인근의 갓배 마을 주민들도 미군이 버린 폐유 등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전 국토가 오염될 판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누구 탓을 하고 흥분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코앞에 닥친 이 무서운 재앙을 함께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한·미간에 맺어진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부터 개정해야 한다. 협정문에는 오염자부담 원칙이 있지만 미국은 환경문제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군당국에 있다. 이 사건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해 내용도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미군당국이 책임을 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따라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은 이번 기회에 꼭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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