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심해 전쟁
상태바
심해 전쟁
  • 안용호
  • 승인 2011.11.02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용호∥前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

2007년 8월 2일 러시아는 수심 6천m까지 잠수할 수 있는 탐사잠수정 미르호를 통해 지질학적으로 정확한 북극해 수심 4,621m 지점에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세계 각국의 신문은 ‘북극을 둘러싼 쟁탈전’이라는 제목으로 러시아가 북극을 노리고 있다고 대서 특필했다.

이 사건으로 북극이 주변국의 쟁탈전장이 되었고, 심해 전쟁의 신호탄이 되었으며, 지금도 암투가 계속되고 있다. 심해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아직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장소이며 우주보다 더 신비에 싸인 공간이다. 그래서 ‘지구 속의 우주’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심해는 서서히 신비의 장막을 걷고 현실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온갖 보물을 간직한 채 영겁의 세월을 암흑과 고요 속에 지내온 심해에 인간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지금까지 분쟁과 거리가 멀었던 지역에 손을 뻗치고 있다. 그들은 해저가 그들의 영해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물자원이 발견된 해저와 접한 몇몇 국가들이 국제법상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심해를 집어 삼키려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 세계 삼분의 이를 차지하는 면적을 나누어 먹으려 한다.

대륙붕한계위원회나 국제 해양법재판소가 있지만 끊임없이 해안 경계선을 늘여 12해리에서 200해리로, 이제는 350해리로 늘리자고 주장하면서 공해의 65%를 나누어 가지려고까지 한다. 바다. 바다는 어족자원 뿐만 아니라 광물자원,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지금도 새로운 것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200m를 들어가면 햇빛이 사라진다. 이곳을 반심해라고 한다. 광합성을 못해서 해양식물은 자랄 수가 없다. 1천m부터는 심해라고 한다. 이곳은 칠흑같이 까맣다. 6천m이상은 초심해라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깊은 곳은 북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이며 11,034m나 된다. 해저의 평균 수심은 3,800m이며 심해는 압력이 너무 강해서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잠수정이나 잠수 로봇으로 탐사한다.

잠수 로봇은 1970년대부터 개발했으며 전 세계에 30대 정도가 있다. 12대가 4천m 잠수 가능하고 6천m 잠수 가능한 로봇이 있는 곳은 프랑스, 독일, 영국, 노르웨이, 러시아, 일본, 한국, 캐나다, 호주, 미국 정도다. 그러면 해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광물 자원과 에너지 자원 등이 있다.

1977년 2월 페루 앞 바다 갈라파고스 섬 부근에서 미국 우드 홀 해양연구소 연구자들은 4백도나 되는 뜨거운 물이 검은 연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해저의 샘을 ‘블랙 스모커’라 이름 붙였다. 그런데 블랙 스모커 주변에는 다른 곳에 비하여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과학자들은 이 생물들이 어디서 양분을 얻으며 살아갈까? 의문을 가졌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블랙 스모커 주변의 물고기들과 갑각류는 박테리아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박테리아들은 열수광상에 풍부한 황화수소를 소화시킨다. 황화수소는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에는 유독한 물질이지만 블랙 스모커 주변의 박테리아에게는 삶의 엑기스다.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작용을 하듯 블랙 스모커 박테리아도 황화수소를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해 탄소물질로부터 유기적인 결합물을 생성한다.

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화학합성’이라고 부른다. 화학합성의 발견은 지구의 생명체에 대한 지식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1978년 미국과 캐나다가 태평양에서 ‘망간단괴’를 최초로 채굴했다. 태평양 해저에 갈려있는 망간단괴는 약 1백억 톤으로 추정되며, 그 중 3억 톤은 구리, 닉켈, 코발트다. 반도체, LCD, 태양열 전지에 쓰이는 몰리브데넘, 인듐, 셀레늄, 텔루륨 등 희귀금속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 독도 주변에는 양국이 30년 동안이나 쓸 수 있는 메탄 하이드라이트가 매장되어 있다. 메탄 하이드라이트는 ‘불타는 얼음’이라고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다. 쿠릴열도 분쟁이나, 남쪽 센가구 분쟁, 스프래틀리 군도 분쟁, 포클랜드 분쟁 등은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해저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고 있고, 앙골라 앞 바다에 있는 달리아와 지라솔 유전에서도 매일 8천만 리터의 원유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도 심해유전개발은 계속된다. 북극해저에 매장된 원유 양은 1천 6백억 배럴이나 된다고 한다. 또 470억 입방미터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0%나 된다.

해저 자원 개발로 환경 재앙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부족 자원을 해결한다는 의미에서는 희망적이다. 다만 문제 해결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인류의 지혜가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