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문해교육프로그램 56명, 중학문해교육프로그램 16명, 중학교 67명, 고등학교 114명
2년제 중학과정과 별도의 3년제 중학문해과정 첫 번째 졸업생 16명 배출
2월 15일, 재단법인 향토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가 만학도 253명에게 졸업증서를 수여했다.이날 초등문해교육프로그램 56명, 중학문해교육프로그램 16명, 중학교 67명, 고등학교 114명의 졸업생이 영광의 졸업장을 받았다.
이날 졸업증서 수여식에서 중학문해교육 프로그램으로 전남서부지역 첫 번째 졸업장을 전달했다.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 중학문해프로그램은 전남에 있는 순천, 고흥, 목포 단 세 곳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전남에서 세 번째로 중학문해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한 후 첫 번째 졸업식이다.
중학문해교육프로그램 첫번째 졸업생 김춘자 왕언니(87세)는 초등문해과정에 첫 발을 내딛은 후 12년 만에 중학문해졸업장을 받는다. 문해과정에 입학하고 꿈에 그리던 배움을 시작했지만, 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유는 계속 생겼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돌아왔고 드디어 평생을 꿈꾸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평생 배움앓이를 하던 춘자 씨는 75세 때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떨렸다. 딸아이에게 엄마도 공부하고 싶다하니 평생교육원을 가르쳐주었다. 그것을 계기로 지금부터 10여년 전 물어물어 떨리는 마음으로 초등과정에 입학했는데, 배움의 기쁨도 잠시, 그 여름부터 남편이 많이 아파 나홀로 방학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리고 남편과 사별 후 80세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하지만 배움을 그만 두어야할 이유는 또 생겼다. 관절이 너무 안 좋아 양쪽 무릎 수술을 받아야 했다. 또다시 배움의 줄은 끊어졌다. 양쪽 무릎 수술을 하고 나니 다리에 힘이 없었다. 이제는 지팡이를 의지하고서야 학교로 돌아왔다.
이후 초등문해 프로그램을 마치고 중학문해프로그램에 입학했다. 춘자 씨 나이 83세였다. 남들은 3년 만에 졸업하는 중학문해프로그램을 춘자 씨는 4년 동안 공부하고 올 해 87세 드디어 중학교 학력을 취득했다.
춘자 씨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 했지만 여름에 엄마가 동생을 낳게 되면서부터 아기동생을 돌봐야했기에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너무나 학교에 가고 싶어 꿈속에서 공부했다. 결혼 후 6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춘자 씨가 배우지 못했기에 자녀들은 모두 잘 가르치고 싶었다. 아무 것도 없는 살림이었지만 밤낮없이 밭에 엎드려 살았다. 오직 가르치기 위해서 밭과 시장을 뱅뱅거리며 6남매 모두 대학교까지 가르쳤다.
또 다른 중학문해 첫 졸업생 박금순(70세)씨는 새벽 6시 40분 첫차로 시작해 왕복 네 시간 버스를 여섯 번 갈아타고 등하교했다. 해남 화원면 후산리에서 통학하는 금순 씨는 학교에 오기 위해서 새벽 6시 40분 첫차를 탄다.
7시쯤 화원면에 도착해 7시 10분 목포행 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7시 45분정도,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목포 2호 광장에서 내려 두 정거장을 걸어 학교에 도착하면 8시 30분이다. 2시간에 걸려 겨우 수업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한다. 하루 왕복 네 시간, 여섯 번 갈아타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피곤한 줄도 모른다. 평생소원인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까닭이다.
금순씨는 3월이면 꿈 많은 고등학생이 된다. 초등문해 3년, 중학문해 3년, 이제 3월이면 그녀는 고등학생이다. 이번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는 평생 글을 모르고 지내다가 평생교육원 초등문해과정을 통해 한글을 익히고 초등학력을 취득해 중학교에 입학한 분들이 14명이다.
또 고등학교 부부 졸업생은 은퇴 후 귀향했다가 운좋게 만학도가 된 사례도 있다. 부부가 함께 중고등학교 같은 반 짝궁으로 공부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3월이 되면 박 씨 부부는 나란히 동아보건대 새내기 대학생이 된다.
만학도의 요람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2년제 성인학교로 63년 전통의 학교다. 특히 이번 첫 중학문해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초등과정 졸업생 가운데는 베트남에서 10년 전에 이주한 다문화가정 주서연(33세)씨도 있다.
또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가 동생을 돌봐야 해서 학교에 가지 못했던 오미순(64세)는 젊은 시절 내내 27년 동안 택시운전을 했다. 오랫동안 운전대를 잡다보니 허리가 약해져 수술을 두 번 하고 나서야 미련 없이 운전대를 놓고 배움을 위해 초등문해과정에 입학했다.
“이제 초등학력을 취득했으니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진학할 것이다. 택시운전을 하면서 밥 배달 봉사를 했을 때 보니, 나도 배우지 못해 힘든 삶을 살았지만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많음을 알았다. 대학까지 졸업하고 나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오미순 씨의 말이다. 이번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대학합격자는 83명이다. 4년제 17명(목포대, 초당대, 세한대, 동신대, 순천대, 초남신학대 등)과 2년제 66명 (목포과학대, 동아보건대 등)이다.
올해 63번째 생일을 맞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어른들이 공부하는 학교로써, 어려웠던 가정환경으로 인해 배울 수 없었던 이들이 배움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배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