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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교육, 추락하는 교권·붕괴하는 교실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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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교육, 추락하는 교권·붕괴하는 교실에 집중해야"
  • 구신서
  • 승인 2023.07.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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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서∥전남대 박승희 장학재단 이사장

지난 7월18일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서이초에서 23세의 교직 2년 차, 1학년 담임 여교사가 자신의 교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꿈에 그리던 교단에 선지 1년 5개월이 되지 않아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공간, 아이들과 함께하던 자기 반 교실에서 푸르디 푸른 청춘을 강제당했다. 

나는 생각해 본다 
그 젊은 선생님이 어떻게 성장했고 오늘에 이르렀는지. 초·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좋은 성적, 성실한 학교생활, 장래 교사로서의 꿈을 갖고 9년의 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철저한 내신관리. 수능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많은 날의 잠을 줄였다.

학폭이나 교칙을 어기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땀 흘려 만들어 온 내신, 수능은 서울 소재 유수한 대학이나 전망이 밝은 학과 진학에 충분했다. 하지만 인간의 성장을 돕는 교사로서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교육대학을 선택했다. 대학합격 후 4년 동안 교단에 서서 아이들 만나는 날들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지냈다.

교단에 서기 위해서는 임용고사도 중요하지만 교사로서 자질과 인간으로서 품성을 검증하는 심층 면접의 과정도 거쳤다. 최종합격했다. 그것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서울지역에 합격했고 서초구에 소재한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작년 발령 첫해에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리고 나이 든 교사들이 꺼려하는 네이스 관련 업무나 학폭 관련 업무가 충분한 협의 없이 그에게 주어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학년 담임과 학폭 관련 업무를 맡았다. 방학을 얼마 앞두고 모든 업무가 한꺼번에 집중됐다. 거기에 성적처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교육부에서 새로운 버전의 학교업무 시스템 네이스가 일방적으로 학교에 하달됐다. 성적입력을 비롯한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했다. 담임교사로서 할 일은 폭증했다.

반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일상적인 일뿐만 아니라 사소한 다툼, 학폭에 준하는 일들 때문에 퇴근 후에도 학부모의 민원전화는 밤이 깊도록 끝이 없다. 상의할 학교의 장이나 교육청은 어렵기만 하다. 고충을 토로할 교원단체는 가까이 있지 않다. 숨이 막히는 날들이다. 

교권을 죽이는 카르텔
대한민국이지만 섬 같은 기득의 성곽, 욕망의 땅!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이 즐비한 서초구! 거기에 교직 첫발을 내딛은 신출내기 여교사, 법조계에 관련된 직업이 유난히 많은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된 1학년 담임, 학교 내부 서열에서 힘없는 젊은 교사에게 주로 맡겨진 기피 업무와 책임, 회피하고 방관하는 관리자와 교육 당국으로 둘러싸인 내재화된 구조가 이미 젊은 새내기 여교사의 날개를 찢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거에는 학교가 지역 보다 지적 수준이나 사회 일반에 대한 정보에 앞서 있었고 교육의 주도성이 높았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교육이 계층상승의 유력한 도구로 작동했다.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들의 학벌이나 경제적 능력을 대물림시키기 위해 교사와 학교에 요구하고 이용하기 시작했다.

현 정권을 포함해 역대 정부는 이같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전임 문재인 정권마저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자신들의 정권유지에 최선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였다. 우리 교육은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비용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이 지불하고 있다. 비용 지불 능력이 용이한 상층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만의 질 좋은 교육 기회 확대를 요구했다.

정권마저도 통제할 수 없는 계층 재생산의 기제로 학교 교육을 이용했다. 교육투자를 하지 않는 정부, 교육열이 세계 어디보다도 강력한 중·상층 학부모, 기업화된 사교육 시장은 그들의 이익을 재창출하는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같은 기득권 카르텔은 교사는 실력 없고 학교는 무능하다는 이데올로기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왔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 구조에서 이 땅의 힘없는 교사, 특히 젊은 교사는 삶의 보람터인 교실 한 칸에서 마저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없었다.

교사로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스스로를 꺾은 젊은 여교사의 피맺힌 비명의 의미와 교육에 대해서 ○도 모르는 대통령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방향을 산으로 틀었다. 거기에 ”검사 시절 교육 관련 수사를 많이 해본 대통령이라서 교육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시다. 본인도 많이 배운다“고 아부를 날리는 교육부 장관은 시·도 의회 권한인 학생인권조례 개·폐를 추진한다고 나서고 있다. 전형적인 갈라치기다. 소위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마저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치하는 구도로 만들면서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    

교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들이 선망하는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스로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특히 치열한 준비와 경쟁을 뚫고 교단에 진출했음에도 5년 차 미만 교사의 퇴직이 급증하는 추세다.

권은희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년 3월∼2023년 4월) 5년 차 미만 퇴직 교사는 589명으로 전년(2021년 3월∼2022년 2월) 303명의 두 배 가까이 됐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사 명예퇴직은 2005년 879명에서 2021년 6594명으로 7.5배 늘었고 명예퇴직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학생 지도의 어려움, 변화되는 교육 업무 등에 교사 84%가 어려움을 느끼고 다시 태어나 교사가 되겠다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는 언론 보도는 차고도 넘친다. 학부모의 교권침해도 심각하다. 지난해 한 교직단체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520건) 중 46.3%(241건)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였다. 교직원(127건), 학생(64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전남의 경우에도 타 시·도전출 희망은 증가하고 심지어는 전남에서 교사를 그만두고 타 시·도 임용고시에 다시 응시해 전남을 떠나고 있다. 이런 일들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한 중앙일간지가 고교 교사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교사의 83.9%는 교육활동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2개 선택)으로 ‘교권약화로 학생 지도 한계’를 꼽았다. 이어 ‘수업 외 업무 과중’(65.3%),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23.4%), 열악한 경제적 처우(17.7%) 등의 순이었다.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과 끝없는 실랑이와 감정 소모, 밤낮없는 학부모의 민원전화, 기존의 잡무를 넘어서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정책사업들에 따른 새로운 업무는 날마다 그 산을 쌓아가고 있다. 그 밖에도 야간지도, 독서지도, 등·하교 지도, 방과 후 활동과 돌봄, 수업혁신 연구 등은 또 다른 일들이다. 아침 간식을 제공한다는 전남도교육청의 사업추진도 간식을 나눠주고, 먹고 남은 간식들을 치우는 문제까지 교사가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교직 2년 차 여교사의 단말마적인 외침이 많은 교사들에게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있다. 아픔을 나누지 못한 미안함과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움을 토로하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교육과 관련된 곳에서는 이후 나아갈 방향을 놓고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부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정권의 행위에 휘둘리지 않길, 이왕 시작한 이 일들이 우리 교육의 새로운 길을 여는 시작이길 바랄 뿐이다.  

전남교육! 추락하는 교권과 붕괴하는 교실에 집중하라
모든 문제는 교실에 있다. 그 해답 또한 교실과 교실 안의 교사에게 있다. 전남교육 대전환은 혁명적인 교실 변화에서 시작된다. 교실에 정책을 집중하고 교실에 사람과 돈을 투자해야 가능하다. 최근의 일은 초등학교에서 비롯됐지만 이미 중학교 교실은 손을 대기 힘든 정글이고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일탈을 관여하기가 두려워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두 자녀로 성장해 한두 자녀의 부모가 된 학부모의 이기적 욕망은 끝이 없다. 현 상황들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위해 전남도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시작하길 바란다. 미래형 새로운 학교건물도, AI 교육도,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국제교육관도 중요 하지만 지금의 교실 환경에서는 모든 것이 실효성이 없다. 잠자는 학생들의 지도는 거부되고 있다. 핸드폰이 장악한 교실은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

학폭과 따돌림, 교사에 대한 무시를 비롯한 모든 비교육적인 일들이 교실에서 시작된다. 교실 속에서 공동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미래의 꿈을 위한 지적 활동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 기능을 교실은 잃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현장의 교사, 교직단체와 대안을 모색하고 교실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절실하다. 

필자 생각으로는 교사의 학생지도권, 학생 지도에 대한 교사 면책권, 학부모 교육 의무참가 등에 대한 것들은 교원단체, 정치권 등에서 법제화를 위한 노력이 함께 작동돼야 가능하다. 악성 민원의 근거로 남용되는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강요하는 '학교폭력법' 등 관련 법의 개정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법의 제정과 개정은 멀고 지난하다.

교육을 교육원리로 풀지 않고 정치적 의도로 접근하는 현 정권하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교육 현장의 바람대로 되기 어렵다. 법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남도의회, 전남 교직단체, 교육 관련 주체들이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라도 ‘전남형 대안’을 우선 찾아야 할 것이다.

교사의 학생 지도 권한, 지도 불응 학생에 대한 지역사회 위탁체계, 학부모 소환과 교육에 대한 내용, 학부모 전자민원 시스템 구축 등을 포함하는 전남도 조례라도 만들길 바란다. 현행법상 보장된 악성 학부모에 대한 교육감의 고발도 유권자 대상이라는 생각으로 머뭇거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시행했으면 한다. 

학교는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도 품어 미래 인생의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은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는 학교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과 지역사회가 담당할 몫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교실을 안정화 시키지 못하면 전남에서 주요하게 추진하는 기초학력, 독서력 향상도 난망이고 수능 꼴찌 탈피도 어렵다.

교실에서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학부모는 변호사와 기자한테 달려가고 교사는 정신과 의사를 찾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학생의 인권, 학부모의 교육권, 교사의 교권(교사의 인권과 권리 보장, 학습과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권한 등이 포함) 3가지 영역이 치우치지 않고 학교 구성원 모두를 위하고 미래의 시민을 성장시키는 일이 되길 바란다.

법은 법대로, 조례는 조례대로, 교육감 시행규칙은 규칙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이 검토되고 추진됐으면 한다. 또 다른 교사가 죽음 앞에 서성이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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