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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방사능 오염수’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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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방사능 오염수’ 어찌할꼬
  • 박관
  • 승인 2023.07.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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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관∥칼럼니스트 ·본지 논설위원

자연(自然)이란 ‘스스로 그러함’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최고의 선은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다고 했다. 물의 흐름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우리의 인생사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태도이리라. 

최근 후쿠시마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우리나라 국민이 많은 혼돈에 빠져있음이 안타깝다. 문제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 비롯된 사안인데 일본이 해명한다거나 대책을 내어놓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정부에서 “아무렇지 않다”고 국민을 설득하고 있으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조차도 거의 반으로 나눠 의견이 분분한 의심쩍은 오염수를 굳이 방류해야 한다는 일본의 속내도 모르겠지만 그러한 행동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농, 어촌 지붕 개량을 한다는 명분으로 초가지붕이나 양철 지붕을 모두 헐고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벌였다. 값싼 가격으로 비가 새지 않는 장점을 가진 슬레이트 지붕은 많은 사람에게 큰 행복감을 주었고 안온한 주거환경 속에서 30여 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게 해 주었다.

어디 그것뿐인가? 야외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삼겹살 불판으로 어김없이 깨진 슬레이트 불판이 등장해 고기를 맛나게 구워 먹었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 당시엔 요술 램프와 같았던 슬레이트 지붕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정없는 환경파괴와 인간 건강에 아주 몹쓸 요인으로 판명돼 하루아침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만다.

석면 슬레이트와 함께 30년 이상을 동거했던 사람들이나 그 불판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던 사람에게서 죽을 정도의 병적 증상을 보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석면 슬레이트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과학적인 증명에 의해서였고 그 증상이 미미할지라도 그것마저도 미리 차단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려가 있기에 석면 슬레이트는 사라지는 운명을 맞아야만 했다. 그러기에 지금은 슬레이트 옆에만 가도 마치 오염이 되어 병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피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석면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서 30년 이상 살았던 사람들도 별 이상이 없었고 그것을 불판으로 사용했던 사람들도 아무 이상 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석면 슬레이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면 과연 사람들이 그 말에 동의할 수 있을까.

이번 후쿠시마방사능 오염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이나 우리 정부가 설명한 바와 같이 과학적인 여과 과정을 거쳐 방류하면 주변국들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방사능의 무서운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일반 국민은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의 문제는 과학적인 접근으로만 풀어갈 사안이 아니고 인간이 가진 공포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욱 우선인 사안이다.

그 점을 간과하고 밀어붙이는 일의 결과는 많은 인류에게 정신적인 강박감을 안겨 줄 것이 너무 뻔하다. 그렇게 경제적이고 편리했던 석면 슬레이트도 환경과 건강에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서 없어지지 않았던가.

하물며 그것보다 훨씬 위력적이고 파괴력이 있는 원자력 방사능의 두려움을 어찌 일거에 해소할 수 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오염수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방류하고자 하는 편리 위주의 사고방식이 못내 불안하다. 

후쿠시마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우리 인류 전체의 삶의 문제다. 삶의 문제는 자연의 법칙으로 풀어감이 옳음이라. 태초에 인류가 암흑과 혼돈에서 벗어나 자연스레 광명을 찾았듯이 방사능 오염수 처리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해결함이 바람직하다. 자연의 법칙은 어느 집단의 이익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소망에 더욱 귀 기울여 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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