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그랜빌 홀(Granville Stanley Hall, 1844~1924)은 청소년기를 정서적인 동요가 심해 극단적인 생각과 과격한 감정을 잘 드러내는 거친 바람과 화난 파도(질풍노도)의 시기로 비유했다. 요즘 이 경구가 부쩍 와 닿는다.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생각하면 없었을 우리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사건들의 지표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2021년 보건복지부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10년 이상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극단적 선택이다. 2021년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비율은 남녀 모두 32%를 넘어섰다.
지난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청소년은 26.8%로, 2020년에 비해 1.6% 증가했다.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청소년은 20%를 넘는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청소년들의 심리·정서적 고통에 마음의 귀를 활짝 열고, 능동적이고 전문적인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
영암Wee센터에서는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신학기 상담주간, 전문상담(교)사가 없는 학교를 위한 Wee클래스 미배치교 순회상담, 여름방학·겨울방학 프로그램, 통-통 가족 사랑학교, Wee클래스 연수 및 협의회·수퍼비젼, 가정방문상담, 학업중단숙려제, 정서행동특성검사(2차), 심리평가,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 상담 등의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암Wee센터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으니 심리·정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담 없이 이용해 영암의 청소년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바른 인성을 기르며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봄이 됐으면 좋겠다.
위기학생과 심리·정서적 조력이 필요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교에서 조기 발견, 대처, 연계 및 사후 조치를 맡아 전문적인 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상담(교)사의 중요성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학부모, 심지어 학교관리자 조차 상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전문가의 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가 있어 안타깝다.
상담에 대한 오해의 예를 들어 보면 “애들은 놔둬도 알아서 크는데 굳이 상담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상담은 정신병 걸린 애들만 받는 거 아니에요? 우리 애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상담하면 다른 애들이 우리 애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등이 있다.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설득하는 일을 해마다 반복하니 상담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상처가 나면 약을 바른다. 몸의 자연 치유력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기도 하지만, 전문가인 의사와 약사의 도움을 받으면 회복이 빠른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마음도 몸과 큰 차이가 없다. 마음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을 수 있지만,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면 예후도 좋고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나을 수 있다. 힘든 상황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 순간엔 괜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문제가 반복되고 크게 나아지는 부분이 없을 것이다.
상담을 통해 청소년이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가족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면 똑같은 문제로 똑같은 고통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우울증, 조현병, ADHD, 분노조절장애 등 큰 문제가 없더라도 상담을 하면서 기존보다 더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몇 명이라도 상담에 대한 오해를 풀고 누구든지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상담을 통해 기존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상담에 대해 열린 자세로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이 상담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