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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나무와 전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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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나무와 전남교육
  • 백도현
  • 승인 2023.01.0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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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전남교육청 교육국장

오늘 아침, 늘 그렇듯 경향신문을 뒤적이다가 어느 칼럼에서 생소한 나무를 만났다.

'서어나무'였다. 글쓴이는 이 나무가 유럽에서는 쇠나무(ironwood)라 불릴 만큼 키가 작달막한데 목재가 단단하다고 한다.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시람들은 대통령들이 어떤 나무들을 식수했는지 관심거리로 부상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느티나무를 심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에 심은 나무가 서어나무다. 역대 대통령들은 소나무, 무궁화, 느티나무를 심었는데 서어나무를 식수한 대통령이 노무현이다.

왜 노무현 대통령은 이 나무를 식수했을지를 유추해보는 내용의 칼럼이었다. 수종 가운데 마지막까지 숲의 생존자로 남을 놈이 서어나무다. 이 놈은 어두운 그늘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극상림(極相林)이다. 칼럼의 필자인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이 나무가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을 닮은 놈이라고 생각해서 식수하지 않았을까'하고 추측하는 것으로 글을 갈무리했다.

대한민국 육지 서쪽의 남녘땅 전남, 전라도 사람으로 살아온 우리 선배님들은 늘 자신이 살아온 이 땅, 전라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오셨을까? 최소한 소시민인 나에게 전라도는 늘 연민의 대상이었고 뒷방에서 전전긍긍하는 약자의 영역이었다.

현대사회 대한민국에서만 그랬겠는가. 삼국시대에도 이곳은 백제의 땅으로 신라에게 패한 패전국의 숙명으로 후손들에게 각인돼 오지는 않았는지. 천 년의 고도 경주를 가면 신라의 선민의식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경상도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어쩌다 고무신 공장으로 돈 벌러 갔던 우리 누나들은 초·중학교만 전라도에서 졸업하고 부산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이면 야간 여상고를 다니면서 살았었다. 그런 세월을 살던 누나들은 부산가서 그해 추석때 고향에 오면 이미 경상도 말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 '나도 부산산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애썼다.

그 누나들이 이제는 60대가 됐다. 민선 4기 전남교육은 2023년 올해를 전남교육 대전환 원년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 공부하는 학교와 미래교육의 대한민국 표준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다. 미래를 살아갈 지금의 우리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당당하게 전라도 사람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서어나무가 와닿는 것은 아마도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서어나무가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우리 전라도 역사와 닮아서 특히 눈길이 갔는지 모른다. 아무튼 서어나무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부럽다. 언젠가는 숲의 최후 승리자로 살아남을 그 서어나무가···.

전남교육도 대한민국 교육의 마지막 보루일거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라도 사람이니까. 숱한 어려움도 이겨내고 오늘을 살아가는 자랑스러운 서어나무들이니까.

"나도 두렵다,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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