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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민주평화의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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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민주평화의 길에서
  • 김완
  • 승인 2022.12.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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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한장 칼럼(30)

지난 11월말 금요일 오후, 각 소속 학교에서 급한 점심을 마친 사람들이 나주스포츠파크 주차장으로 모여들었다. ‘남도민주평화의 길’ 연수에 참여하는 교원들이다.

40여명, 주말을 이용한 2박 3일 일정에 체험 장소가 22곳이다. 나주의 역사, 문화, 의병활동, 독립운동의 현장 등이 망라되었다. 식사마저도 나주의 음식 문화를 체험하도록 계획되어 있고, 밤에도 2시간의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80년대 패키지 해외여행에서 경험했던 빠듯함이 떠올랐다. 출석 체크를 마치자 마자 버스는 숨 가쁘게 시골길을 달렸다. 가을걷이를 마친 광활한 나주평야를 가로질러 반남면에 위치한 나주국립박물관에 도착했다.

“시군 내에 국립박물관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나주는 고대 역사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문화해설사의 자신감 넘치는 멘트 속에는 나주라는 도시에 자신이 소속해 있고, 그 도시의 역사를 본인이 설명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물씬 묻어났다. 20여년 전, 나주 시내에서 3년간 실제 거주, 나주시에 소재한 기관에서 4년 근무 등 7년 동안 나주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었다. 그 인연 속에서 나름 꽤 많은 지역의 명소들을 경험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연수는 그 경험과 식견의 두께가 얼마나 엷은 것인지를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맛집 몇 곳, 몇 차례 사찰 나들이가 고장을 아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주었다.  빠듯한 연수 일정을 소화하면서 교원들에 대한 연수가 학생들의 지역 교육으로 어떻게 이어져야 할 것인지로 생각이 이어졌다.

때마침 언론에서는 지역의 존폐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요란했다. 우리 전라남도는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도로 분류됐고, 도내의 거의 모든 시군은 그 위험 정도가 짙은 붉은색으로 표기됐다. 가까운 미래에 지역의 존폐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교육을 되돌아 보았다.

지역사회에 인구가 넘쳐날 때, 우리는 출향 교육 중심이었다. 공교육은 ‘글로벌 리더’ 양성이 핵심 가치이자 목표였고, 각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도시로, 국외로 유학길에 오르게 했다. 고장을 떠나는 것이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일이었고, 성공한 삶으로 인식됐다. 그 와중에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낸다’라는 속담이 설득력 있게 인용됐다. 

반면에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은 상대적으로 매우 소홀했다. 내 고장을 알게 하고, 애향심을 키우고, 고장에 남아 지키도록 하는 교육은 형식에 그쳤다. 고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어깨는 왜소해졌고 마음은 움츠러들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은 남은 자들의 가슴을 저미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러는 가운데 지역에는 젊은이가 고갈되고 미래는 잿빛이 됐다.    

지역 존폐의 위기 앞에서 우리 교육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지역의 아이들이 자신의 고장을 잘 알도록 해야 한다. 고장의 명소를 정리한 자료와 함께 현장을 체험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일은 학교와 교육지원청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둘째, 아이들이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고장의 역사, 문화, 인물, 명소 등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되새기며 그 후손으로 더 나은 고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내의 학생회, 지역연합학생회 등을 통해 자율적인 활동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젊은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을 롤모델로 발전적인 꿈을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한풀이식 지자체 장학금을 고장에 남아 지역을 위해 일하는 젊은이에게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살아나고, 대한민국은 균형있게 성장한다.
 

[청계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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