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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와 함께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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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와 함께 떠나는 여행
  • 윤영훈
  • 승인 2022.07.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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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훈∥시인·교육칼럼니스트

여행은 실제 체험을 통해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을 얻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중단됐던 여행이 방역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다시 시작됐다.

이제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가슴 짜릿한 설렘이 있는 여행을 떠나 보자. 마침 전라남도가 일상 회복에 발맞춰 ‘2022~2023 전남 방문의 해’를 선포했다.

전라남도는 변화한 글로벌 환경과 관광 트렌드에 부응한 청정·힐링 체험형 관광을 실현해 머무는 관광지로 거듭나겠다고 한다. 

예로부터 전라남도는 찬란한 남도문화를 꽃피운 예술의 고장 예향(藝鄕)이라 불려 문화유적이 많고, 청정해역과 푸른 산악 지역이 있어서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먼저 호남 지방에서 가장 큰 1,044km² 면적을 자랑하는 해남, 한반도의 끝이자 시작인 땅끝을 찾아가 보자. 남쪽 제일 끝자락에 갈두산이 있는데, 이곳 정상에 횃불 모양의 땅끝전망대가 있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니, 온갖 사소한 잡념과 시름이 훨훨 바람에 날아가고 만다.

전망대 앞에는 갈두산 봉수대가 자리 잡고 있다. 해남은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로서 해남과 완도 그리고 진도를 연결하는 주요 해로에 봉수대를 설치한 것이다. 인근에는 떵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으며, 또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신화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울돌목, 국문학사상 찬연히 빛나는 고산 윤선도의 얼이 숨쉬는 해남읍에 자리한 초록비 내리는 녹우당이 있다.

긴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거목(巨木)의 가지마다/ 고산(孤山)의 시(詩)가 걸려 있다.//
이끼 낀 고가(古家)의 구석구석/ 정감 어린 손자국이 묻어 나고/ 스치는 바람에 새떼처럼 나는 시어(詩語)의 조각들// 여린 가슴 가슴마다/ 소리 없이 파고들어/ 잠시 세상의 어지러운 번뇌 밀치고서/ 흥건히 시심(詩心)에 젖어들게 하는구나. -윤영훈, ‘녹우당에서’ 전문

다음으로 대나무의 고장이며 가사문학이 활짝 꽃 핀 담양을 가보자. 이 고장의 정체성을 잘 살린 ‘죽녹원’에서 짙푸른 대숲을 걷다 보면, 저절로 찌든 일상의 때가 사라져 간다. 또한 송강 정철이 머물면서 주옥같은 가사를 창작한 문학정신을 계승한 ‘한국가사문학관’에 들려 보면, 왜 문학이 존재해야 하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가사를 현대문학과 접목하는 뜨거운 현장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메마른 영혼에 아름다운 예술 정신이 물들여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린 세월이 새겨진 마디마디마다/ 마음을 비우려는 신음소리가 담겨 있구나/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꿋꿋하게 고개 들어 하늘만 보고 있구나// (중략) // 늘 채우려고 몸부림친 삶이/ 너만 보면 부끄러워진다/ 너만 보면 흔들릴 수밖에. -윤영훈, <대나무에 흔들리는 혼> 부분

조선시대 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운 시조문학의 최고봉인 고산 윤선도와 가사문학의 거장인 송강 정철이 머물렀던 고장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인류와 함께 존재해 오면서 인간의 삶을 보다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자연과 문화였다. 이를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여행은 분명 무료한 일상에 지친 모든 이에게 힐링이 되고 의미 있는 삶의 여정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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