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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으로 새끼들한테 문자 보내는게 소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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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으로 새끼들한테 문자 보내는게 소원이요"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9.04.09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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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공공도서관,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당 한마당’ 행사
한많은 어르신들 소감발표에 참석자들도 눈시울 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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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남교육신문 김두헌 기자] 평균나이 76세, 최고령 90세. 4월 9일 오전 10시, 이곳이 도서관인지 읍네 장날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많은 노인분들이 구름처럼 장성공공도서관으로 몰려들었다. 장성군 9개면 18개마을 281명의 한글학당 학생들과 초등학력인정 과정의 문불여대학 3개반 학생 69명 등 350명이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당 한마당’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곱게 단장하고 도서관을 찾은 것.

사실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당’은 장성출신의 김점수 관장이 아니었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프로젝트였다. 지난 2018년 7월 5일자로 고향인 장성공공도서관장으로 부임한 김 관장은 같은 해 11월, 한글을 모르지만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면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 찾기에 골몰했다.

장성공공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문불여대학에 참여하는 69명의 수강생들이 주로 장성읍에 거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몸이 불편하거나 농사일로 바빠 도서관까지 나오지 못하는 면지역 어르신들이 또다시 소외받아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김 관장은 마을회관까지 직접 찾아가 한글을 지도하기로 하고 문해교육 강사 모집에 나섰다.

장성이 고향이거나 장성에 근무했던 남하영·김대기 사무관, 김정례·황의갑·서민식 교장, 강경아 소장, 양연옥 교육장 등 전직 교직원들이 김 관장의 의지에 감복, 재능기부에 기꺼이 동참하며 17명의 강사 진용이 꾸려졌다. 이후 김점수 관장은 성인문해교육 수강생 모집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10개면 이장단 회의와 각급 기관단체를 통해 홍보에 매진했다. 급기야 2019년 1월 25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강식을 갖고 18개반 281명이 장성 '한글학당'에 입교해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월 18일부터 남면 분향리 죽분마을과 삼서면 수해리 화해마을을 시작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당은 명실상부한 ‘장성의 마을학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 김점수 관장은 ‘재광장성군향우회’, 장성이 고향인 전남교육청 일반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노령회’, 장성·광주 지역 사회단체 ‘장성중앙로타리클럽’, ‘방울샘라이온스클럽’, ‘서광주로타리클럽’등 가용 가능한 인맥을 동원해 한글학당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연필, 공책, 필통, 지우개 등 학용품을 조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글학당’이 짧은 기간에 활성화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전달됐다. 김점수 관장의 고향사랑은 유난히 각별하다. 사무관 시절 장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장성공공도서관 신설 이전, 전남최초의 기숙형중학교인 백암중 신설의 산파역할을 한 바 있다.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은 이날 축사에서 “어르신들은 배움이란 나이가 없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가르쳐 주시고 계신다. 장성공공도서관 한글학당을 통해서 배우고 익히고 깨달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란다”며 “우리 전라남도교육청에서도 어르신들이 배움의 끈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삼계면 아계마을 고현례 어르신은 한글학당 입학 소감발표를 통해 “글을 배워 집에 오는 우편물을 읽고 손자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면서 “가장하고 싶은 일은 핸드폰으로 아들, 딸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고현례 할머니는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두 번의 공부하는 날을 기다리며 살아간다”면서 “공부하는 것은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남은 인생도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말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점수 장성공공도서관장

이어 동화마을 한글학당 이금숙 할머니는 “한글학당이 열리는 화요일과 수요일은 유난히 마을 회관 벽시계가 빨리 가는 것 같다”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공부하고 싶다. 이런 기회를 주신 김점수 관장과 담임선생님의 은혜를 평생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도서관 2층 야외휴게실에 마련된 점심은 중화요리 음식점 ‘젠시오’의 박흥문 사장이 자장면 나눔 봉사를 실시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김점수 관장은 “한글학당을 위해 아무 대가 없이 오직 장성과의 인연만으로 기꺼이 동참해 주신 강사님과 행복나눔봉사단원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온기가 장성지역 곳곳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리라 확신한다”면서 “장성공공도서관이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어르신들에게 믿음직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당’ 운영에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장성공공도서관(전화 399-1673)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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