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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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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신화
  • 최대욱
  • 승인 2018.04.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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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욱∥교육학박사· 전 한국교총부회장· 순천팔마중 교감

순천팔마중학교 운동장 주변을 둘러보면 개교 때 심었을 18년쯤 되는 몇 종류의 나무와 여덟 그루의 벚나무가 있다.

학교를 중심으로 반대편에 높이 솟은 아파트, 좌측의 왕의산 자락, 우측의 학교 부속건물이 운동장을 둘러싸서 분지로 만든 때문인지, 높은 아파트 건물 사이로만 이동할 수 있는 골바람 때문인지 학교 안의 벚꽃은 순천의 여타 지역의 벚꽃과 함께 핀 나무부터 시작해서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 시차를 두어 피고 진다.

오늘 맨 마지막 벚꽃나무에서 금년 봄과 이별하고 내년을 약속하듯 만개를 넘어 조그만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다. 고향 보성강 댐 벚꽃은 초등학교 6년간 봄 소풍 지정 장소였고, 화사한 꽃과 눈처럼 날리던 꽃잎에 대한 어릴적 추억은 매년 이른 봄 반복적으로 벚꽃을 기다리는 심적 근원이 되었다.

풍성함과 원형모형에서 으뜸인 쌍계사 초입의 벚꽃, 고목이된 소나무와 벚나무의 녹색과 순백 빛깔이 상호 전경과 배경의 역할을 교차하는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벚꽃길은 가히 일품이다.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 것이며 특히 겨울을 이겨낸 봄꽃 중에 더더욱 의미까지도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만 온 나라 사람들을 거의 동시에 흥분시킨 유일한 꽃이 바로 벚꽃일 것이다. 벚꽃은 일본의 꽃으로 사무라이의 삶을 닮았다 했다.

벚꽃을 볼 때마다 일본 3대 검성들의 전설적 진검승부와 그 상대로 스러져간 수많은 사무라이들이 연상된다. 일본 역사상 최강의 검객이었다는 카미이츠미 노부츠나, 그의 유일한 상대요 19차례 진검승부에서 승리만 거뒀다는 츠가하라 보쿠덴, 박자를 중시한 검법으로 60번의 진검승부에서 살아남은 미야모토 무사시, 그들은 고목에 아름드리 만개한 화사한 벚꽃이요, 스러져간 상대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개하는 벚꽃도 흩날리는 꽃잎도 한순간에 같은 운명이 되니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었을 듯하다. 과거 일본인들의 꽃이라는 이유로 몇몇 유명 지역을 제외하고 무참히 베어져 나갔던 벚나무들이 제주도가 원산지인 왕벚꽃 나무라 하여 전국 방방곡곡에 다시 심어져 봄을 수놓고 있다. 전국 모든 곳에서 다양한 수령대의 벚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니 머지않은 날 봄이 되면 한반도는 우리의 꽃인 벚꽃 세상이 될 것이다.

벚꽃이 우리 꽃이 되었으니 무수한 사람들을 봄나들이로 초대해 순식간에 감탄으로 매료시킨 벚꽃의 마력에 자유롭게 빠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벚꽃하면 떠올랐던 일본의 검성들과 사무라이들보다 우리 모두가 벚꽃같이 삶과 죽음을 이분할 수 없는 짧은 인생을 불같은 열정으로 살아가 새로운 벚꽃의 신화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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