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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삶을 되새기며 새 출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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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삶을 되새기며 새 출발을 위해
  • 배 건
  • 승인 2018.02.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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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건∥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지난 39여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교직자로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는지 회상하면서, 사람이 갖추어야할 다섯가지 도리인 五常(仁義禮智信)과 견주어 퇴임의 변을 올립니다. 오늘 떠나는 길에 자리를 함께 하시어 아름다운 미소로 배웅해 주신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째, 인(仁)!  어진 사람이었는가?  1979년 4월 23일 해남 현산동초등학교에 교직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페스탈로찌처럼 인자한 선생님이 돼야지하고 다짐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들로 산으로 냇가로 찾아다니며 함께 했던 순간들.  경옥이, 을지, 충수, 상귀, 지영이…. 제자들의 해맑은 모습이 떠오릅니다. 여러 학교에서 많은 제자들과 만남속에서 그들이 나를 참 스승으로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을까?

지나온 여러 상황 속에서 억지로 욕심을 부리면 사람 잃고 상처만 남았습니다. 한때는 젊음의 패기로 상사에게 인(仁)이 아닌 당돌함과 무례함으로 그분들의 눈에 가시로 보였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부질없는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교사 시절에는 제자들에게 사랑스런 눈빛과 자상함으로, 동료 교사에게는 성실과 친절함으로 함께 했는지 뒤돌아보았습니다.

둘째, 의(義)!  정의로운 사람이었는가?  주님, 오늘 하루도 저의 일과 직원들에게 정직하고 정의로운 하루가 되게 하소서. 매일 아침 묵상을 하면서 기도했습니다. 현 사회에서 인간의 최고 덕목은 도덕성이고 개인의 최고의 가치와 경쟁력은 정직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39년의 교직생활 중에 제자들과 학부모, 동료들에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는가? 생각과 말과 행위로 정의롭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제하고 절제를 통해서 나름 잘 극복해왔습니다.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도를 넘으면 만용이 되었다는 사실을  한참 후에 깨달은 우도 종종 범하여 상사와 동료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그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셋째, 예(禮)!  예의바른 사람이었는가? 인성교육의 핵심은 예의 지킴에 있다고 봅니다.  7,80년대 학교 교문이나 현관에 ‘나라에 충성 부모님께 효도’라는 문구가 눈에 가장 먼저 보였습니다. 그만큼 교육의 근본에 예를 중시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거 한때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공손하게 대하는 것이 미덕인 교육풍토이기도 했습니다.

예가 지나치면 아부나 아첨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솔직히 저는 그것과는 좀 거리가 멀었습니다. 지금은 상호주의 입장에서 평등한 관계로 개선되어 가고 있다고 봅니다.

저도 젊은 교사 시절에 상사의 일방적 지시나 명령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면서 저항하고 맞대응 했던 순간과 상대의 얼굴이 스쳐지나 갑니다. 나름 예의를 지키며 살아왔노라 자평해 보지만,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욱하는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제자들, 동료들께 ‘미안합니다’란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넷째, 지(智)!  지혜로운 사람이었는가? 지혜를 쌓으면 마음의 근력이 생기고 내공이 단련된다고 합니다. 교직에 대한 전문성을 쌓는 일은 꾸준한 자기 연찬과 학문에 대한 열정이 필요합니다.

지혜로운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도덕과 교육연구회 활동, 전남대, 한국교원대 대학원 수강, 전남교육연수원, 광주교대 및 한국교원대연수원 강사, 수업장학요원 활동 등 나름 부지런히 뛰어 다녔습니다.

특히 한국교원대 대학원 2년의 과정은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학문탐구와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서 인생의 단 맛과 쓴 맛을 함께 맛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혜로움이란 슬기롭게 장소와 시기, 상대에 따라서 다르게 행동하고 판단을 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행동과 판단과 결정을 잘하는 것이 지혜로운 교육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장, 장학관, 과장, 교육장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관리자의 리더십으로 不必親校란 사자성어를 항상 마음속 깊이 새기고 동료 직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희노애락을 함께 했습니다.

다섯째, 신(信)!  신뢰로운 사람이었는가? 개인의 영화는 돈이나 명예보다 신뢰의 잔고를 많이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신의를 인생의 좌우명처럼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동료들에게 신뢰의 잔고가 쌓이면 내가 사소한 실수를 하더라도 쉽게 용서가 되었지만, 신뢰의 잔고가 부족하면 쉽게 용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신뢰의 계좌는 약속을 지키거나 믿음을 주거나 정직한 언행에서 입금이 되고, 부정직하거나 약속을 어기거나 구성원과 갈등이 조성되면 출금이 되었습니다. 교직생활 중에 혹시 제자와 동료들에게 불신을 주거나 섭섭하게 해서, 내 자신의 신뢰 잔고를 축내는 적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삶의 여정은 주변인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고 기쁨을 전해서 신뢰의 잔고를 가득 채워 나가길 다짐해 봅니다. 끝으로 39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다시 불러보고 싶은 이름 몇 분을 기억해 봅니다.

제자와의 만남 종환, 경옥, 상귀, 영욱, 상균…. 동료와의 만남 금구, 경석, 찬열, 희문…. 친구와의 만남 유, 영기, 영증, 춘수, 상호, 국환…. 선배와의 만남 인성, 영길, 인식, 경한, 정석…. 후배와의 만남 인선, 의식, 천옥, 재철, 경모…. 인사과 친구들 연식, 용석, 태환, 재철, 영신, 동환….강진청 식구들  모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 2. 28. 배   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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