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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변별력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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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변별력인가 "
  • 송인수
  • 승인 2017.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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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수∥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 '수능 절대평가 - 내신 절대평가' 관련한 공방이 치열하다. 얼마 전 교육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능 절대평가 - 내신 절대평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수능 절대평가도 일부 과목 부분 확대 정도이지 전면 도입은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절대평가’ 반대 논리는 무엇인가? 수능 절대평가의 전 과목 확대로는 대입에서 동점자가 많아져서 지원생들을 ‘변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신까지 절대평가가 붙게 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학점제 운영을 하자니 내신 절대평가가 필수적인데, 그럴 경우 절대평가 수능이 제공하지 못하는 변별력을 내신에서라도 보완할 길이 없어진다. 그래서 상대평가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상대평가는 나라 망하는 길이다. 전세계 교육계는 물론이요 세계 기업에서조차 이미 내린 결론이다. 2013년 11월12일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직원들을 한 줄로 세워서 경쟁시키는 상대평가를 중단했다. 직원들 간 경쟁이 회사 이익의 극대화와 연결된다는 통념 때문에 상대평가를 도입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정보를 독점하는 내부 투쟁에 골몰하느라 협업에 소홀했고 그래서 구글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해 그를 해고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직원들끼리 경쟁하지 말고 협업하여 경쟁 기업 구글과 맞서라는 것이다.

'포천'지에서 선정하는 500대 기업에서도 70%의 기업들이 그런 이유로 상대평가를 버리고 절대평가로 돌아섰다고 한다. 기업이 착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런 경향을 가속화하며 ‘협업’과 ‘공감’, ‘창의적 능력’을 학교교육에 요구하고 있다.

이 추세 속에서 세계는 기존 교육체제 속에 정착된 ‘절대평가’의 가치를 지키며 미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개혁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반대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입시 변별력’과 ‘상대평가’를 주장한다. 글로벌 경쟁을 외치며 내부 협업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상대평가를 고수하려 한다. 정신분열적이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21학년도 전 과목 수능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문제다. 교육부는 2015년 교육과정 개정 때 미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창의융합적 인재, 협업, 공동체 정신’을 키우는 교실혁신이 필요하다며 2021년 수능 체제와 연계된 2015년 교육과정의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즉 경쟁 교육과 결별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런데 그와 연계된 2021학년도 수능 제도 발표를 지난 2년간 미루더니 새 시대 길목에서 ‘변별력으로 고교생을 경쟁시키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돌변했다. 퇴행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변별력인가? 소수 대학들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9등급 절대평가 수능 체제에서도 적합한 인재를 가려낼 수 있다. 소수 상위권 대학들의 현재 지위를 지키는 용도 외에는 변별력을 정당화할 어떤 맥락도 없다. 그들 때문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지난 수십년간 타이타닉호 같은 우리 교육에서 구명보트 뺏기 위해 목숨을 건 내부 투쟁에 골몰해왔다. 고통과 눈물은 지나온 것으로 족하다.

온 세계 교육과 기업이 결별한 낡은 가치를 붙들고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변별력은 새 정부에서 퇴출해야 할 교육 적폐 1순위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교육으로 가는 길을 그 적폐적 개념이 훼방하지 않도록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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