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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섬마을 새내기교사 학교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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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섬마을 새내기교사 학교 적응기
  • 김두헌 기자
  • 승인 2017.04.12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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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남중 유사라 선생님…첫 부임지 섬이어서 당혹
컨설팅 장학요청 등 교직 첫발 발전 기대감에 설레

유사라 선생님은 전라북도 남원 출신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북에서 다녔다. 대학은 광주에서 다녔고, 임용고사는 전남을 선택했다. 전남은 섬이나 농어촌이 많아 선생님에게 참 매력적이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 한 반에 8명, 전교생 40명 내외인 작은 학교 운남초등학교를 다녔던 추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3학년 때 인근 운봉초등학교로 통폐합되는 아픔을 겪지 않았다면 어린 시절은 더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첫 발령지가 여수라는 소식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여수는 전남에서 가장 큰 도시였기 때문이다.

작은 농어촌에 발령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마음을 추스렸다. 다행스럽게도 여수교육지원청에서는 섬으로 부임지를 정해 주었다. 막상 발령을 받고 나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섬생활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마음도 무거웠다.

여남중학교의 첫 인상은 참으로 따뜻했다. 파란 잔디 운동장,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의 밝은 표정이 참 좋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도서 통합학교라고 쓰인 간판도 신규교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교직에 들어오기 전에는 선생님이 학생들만 가르치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2월 말 업무분장을 통해 학력과 평가를 담당하게 되었다. 기초학력진단검사, 진도운영계획, 평가계획 등 주어진 업무를 선배선생님으로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며 처리하기가 학생들 가르치기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본교는 물론 분교까지 전화를 해가며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며, 결재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 일, 기안하는 일까지 모두 생소하고 힘들었다. 과학교사가 혼자뿐이라 3개 학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해하지 않도록 교재 연구도 하고, 교수법도 부지런히 공부했다. 항상 힘들고 어려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과후에는 일찍 저녁을 먹은 후 선배선생님들과 함께 아름다운 섬마을을 거닐었다.

2시간 여 동안 천천히 직포까지의 길을 걸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교직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도 질문하며 조언을 받을 수도 있었다. 어느 날은 벚꽃이 하얗게 핀 초포길을 선배선생님들과 함께 드라이브하며 사진도 찍고 좋은 추억도 만들었다.

야간 교육활동이 있는 날이면 시간이 부족해 두어 명의 선생님과 함께 가까운 방파제까지 왕복 30분 거리를 산보했다. 목요일 오후, 친목회 배구 시간도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하기 때문에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했다.

하지만 크게 소리를 지르고 박수도 치면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리는 매력도 있었다. 배구가 끝난 후에는 간단하게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친목회 간사님이 출장을 갔다가 들어오시는 날이면 여수시에서 먹을거리를 잔뜩 사 가지고 오시기 때문에 생선회, 떡볶이, 순대 등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산골마을 처녀가 섬에서 생선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행복을 맛보았다. 회식을 하면서 선생님들과 허물없이 더 친해진 것은 덤으로 얻는 수확이었다.

그러나 유 선생님의 마음 속에는 항상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업무포털에 과학과 컨설팅 장학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고 곧바로 전남과학교육원에 컨설팅 장학을 신청했다.

류왕선 교육연구사가 직접 섬학교까지 방문해 주셨다. 수업 운영 방법, 실험실 안전교육, 올바른 실험기기 사용법, 과학행사 운영 방법, 과학과 연수 참여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지도해 주셨다. 특히, 매년 과학 축전을 관람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학교의 과학행사에 적용해보라는 것과 학생과학 동아리를 운영해 그 학생들을 중심으로 과학행사를 주관하게 하는 방법 등은 큰 도움이 되었다.

류 교육연구사에게 공개한 수업은 전해질의 이온화 과정 활동이었다. 양이온과 음이온 카드를 준비하여 화학식에 맞게 짝지어보는 활동을 진행하여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을 전개했다고 생각했다.

수업을 참관한 류 연구사는 양이온, 음이온 카드를 같은 크기로 제시하기보다는 전하 값에 따라 크기를 달리하면 학생들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지도해주었다. 또한 강의식 수업보다 실험수업, 토론수업이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으므로 학생들의 활동위주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세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교사는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교사가 아니다. 발령받은 이후부터 진짜 교사가 되어간다. 유 선생님은 수업선도교사가 3명이나 있고 각종 교과 활동에 명성을 날리는 선생님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공모사업을 통해 독서토론선도학교,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시범학교, M+250 중학교 교육력 제고 사업, 작은학교 특성화 프로그램 사업, 작은학교 희망 프로젝트 사업 등 생소한 교육활동도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그만큼 더 많이 배울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만큼 교직에서의 내일에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올해 유 선생님은 좋은수업실천교사를 신청했다. 광양에서 개최되는 전남과학축전에 참가해 부스도 운영하고, 과학교사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할 예정이다. 유 선생님은 학생들이 과학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늘 기대하면서 수업 시간을 기다려주는 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학 수업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항상 행복해하고, 흥미진진하게 참여했으면 하고 바란다.

또한, 학교행정업무도 능숙하게 처리해 바쁘신 선배선생님들로부터 도움을 그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덜 미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니, 학습지도는 물론 행정업무도 잘해서 모든 선생님들이 언제나 함께 근무하고 싶어 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래서 날마다 출근하는 것이,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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