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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교사로 한 달을 보내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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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교사로 한 달을 보내고 나니
  • 김승환
  • 승인 2017.04.04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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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산이초 4학년 담임교사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끄러운 한 달이었습니다. 능력에 비해 꿈은 너무 크게 꾸었으며, 실제 제가 가진 역량에 비해 높게 평가했습니다. 교사라는 자리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보았는지, 허둥대고 헤매는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내일은 잘해야지 하면서 준비를 하지만 다음 날 정신없이 수업을 마치고 나면 그 날 학생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쳤는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들었습니다. 내가 빠뜨린 것은 없는지, 학생들의 질문을 대충 넘겨버렸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며 다시 아쉬움이 가득한 하루가 매일매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달이 지나가면서 약간의 용기는 얻었습니다. 수업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앉아 딴청만 피우던 아이들이 이제 스스로 책을 펴서 저를 맞이하고, 수학 시간, 사회 시간에 열정적으로 질문을 해오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수학을 쉽게 알려주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이게 교사의 보람이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포기했던 공부에 대한 즐거움, 학교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힘들어도 내일을 준비하자, 일주일을 준비해보자, 올해 우리 반 학생들을 위한 큰 그림을 만들어보자 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준비한 그대로 모든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다면, 아이들과 함께 흘러가는 대로, 궁금한 것이 생기면 때론 수업을 멈추고 그것에 대해 탐구해보기도 하면서 배움의 즐거움, 지식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흥미를 만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되기 전에 왜 그렇게 헛된 시간을 보냈는지 항상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돌아왔지만 제가 어렸을 때, 대학교 때 실습을 나가 느꼈던 즐거움을 다시 찾게 돼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몸은 잠시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힘들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제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 학생들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준비하고 고민하는 시간, 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의 다른 선생님들께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시간들이 행복으로 치환돼 마음속에 가득 차 오릅니다.

지금도 혹시 저의 능력과 역량에 비해 마음이 또 앞서 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제가 이 자리에 발을 딛기 전 꾸었던 꿈과 이상을 일치시킬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이 조그만 자신감의 씨앗은 아이들이 저에 대한 믿음이라는 물을 주고, 행복한 미소라는 거름을 채워 줘서 싹틔울 수 있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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