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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여양 인문학’ 책자를 발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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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여양 인문학’ 책자를 발간하며
  • 김광호
  • 승인 2017.01.2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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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여양고 교사

힘찬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어둑어둑한 산길을 걸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나는 무엇인가 하나 둘 형체를 찾아냈다. 멀리 차도와 아파트의 모습이 문명의 불빛에 의해 윤곽을 드러냈다. 순간 작년 한 해 제자들과 숨 가쁘게 달려왔던 인문학 공부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많은 선생님들이 항상 현 입시제도에 맞춰 교육을 했다. 그러나 나는 다른 교육의 방향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게 바로 제자들에게 인문학을 소개하고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차도와 아파트를 발견했던 행위처럼 나는 하루하루 인문학 무언(無言)의 세계를 찾아 나섰다.

드디어 그 결과를 모아‘시크릿여양인문학’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는 제자들과 365일 동안 동고동락했던 인문학 공부과정을 오롯이 담았다. 그 교육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할까한다.

첫 번째 불빛은 'EBS꿈길 진로독서(이은경 강사 30시간 특강)’ 동아리 활동이었다. 이 과정은 제자들에게 많은 대화愛 사색愛 시간을 부여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들려주는 행복, 퇴계 이황이 들려주는 경(敬), 융이 들려주는 콤플렉스, 공자가 들려주는 인(仁), 베이컨이 들려주는 우상(偶像) 등등 심도 있는 내용을 대화와 토론 그리고 글쓰기 과정으로 나누어 제자들의 사고 깊이를 확장시켰다.

두 번째 불빛은 예술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다. 여수예울마루에서 ‘늙은 도둑이야기’ 연극 관람을 통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가치관의 정립의 중요성을 되돌아 보도록 했다. 이 연극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꼬집어 웃음으로 승화시킨 대표 시사풍자극이다. 연극 관람 후 갑질하는 사람들과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 등의 삶을 떠올리며 연극감상문 작성대회를 개최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했다.

세 번째 불빛은 문학·역사 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다. 5.18 국립묘지 및 가사문학권 탐방을 통해 선인들의 삶의 자취를 살펴보고 현대인의 삶을 조망해 보았다. 제자들에게 박제된 교과서에서 벗어나 살아 숨 쉬는 역사 현장에서 현대인의 삶을 진솔하게 하나 둘 통찰하게 했다. 특히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이것은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라는 사마천의 말을 들려주며 삶의 진중함을 생각해보게 했다.

네 번째 불빛은 외부명사초청 인문학 특강 경청하기다. 이를 통해 드넓은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로를 탐색하게 했다. 전남대학교 차성수 교수의 ‘한사람이 간다 ! 부분과 전체의 조화’, 여수시청 김지선 교육과장의 ‘꿈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중마고등학교 김선구 교사의 ‘질문하는 공부법, 하브루타’, 바둑고등학교 명혜정 교사의 ‘그렇습니다. 기린입니다’, 부영초등학교 조선미 교사의 ‘자존감 향상을 위한 감성 톡!톡!톡!’등 다양한 주제로 제자들과 토론하며 세상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마지막 불빛은 교내인문학 특강 ‘맹자와 이야기’ 재해석하기다. 이를 통해 고전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何必曰利(하필왈리), 與民同樂(여민동락), 仁者無敵(인자무적), 五十步百步(오십보백보), 緣木求魚(연목구어), 揠苗助長(알묘조장), 호연지기(浩然之氣), 大丈夫(대장부), 終身之憂(종신지우), 一朝之患(일조지환), 無恒産無恒心(무항산무항심), 人生三樂(인생삼락)’등등 맹자가 말했던 핵심 내용을 음미하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색하게 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을 주선하며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면서 제자들의 가슴과 머리를 상상력의 망치로 자극하며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 사고를 유도하고자 했다. 매사에 왜(WHY)라는 질문을 던지며 돈보다는 사람을 향하는 삶을 사는 것과 나만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면서 자신이 왜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찾을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학교 교육은 올바른 인간을 양성하기보다 좋은 학교, 좋은 집, 좋은 차를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학교는 출세를 지향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교육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즉 폭넓은 인문학 영역( 고전, 철학, 심리, 독서, 문화, 예술 등 )을 초등과 중등 교육 현장에서 교육 프로그램화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다양한 인문학과의 만남을 통해 생각을 무한리필하고 상상력을 펄펄펄 펼쳤으면 좋겠다.  솟아라 상상아! 부딪혀라 생각아!! 진정 그날이 오기까지 나의 인문학 사랑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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