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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생활속 기본자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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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생활속 기본자세에서
  • 윤근호
  • 승인 2016.11.1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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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호∥전라남도함평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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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배려하면 어떨까요?” “피가 나서 경찰 아저씨가 잡아가요”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제시한 주제에 대해 한 학생이 서술한 내용이며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공개된 것이다. “배려”를 “베려”로 알고 있었기에 칼과 피를 생각했을 것이다. 배려는 약자에 대한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어른, 자녀, 동료, 후배 등 모든 사람에 대한 ‘감정 이해, 겸손, 관심, 기본자세, 나눔, 도움, 베풂, 보살핌, 사랑, 소통, 솔선, 신뢰, 약속 준수, 양보, 역지사지, 예의, 용서, 우대, 조심성, 존중, 친절’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기에 좀 더 쉬운 용어로 설명했다면 초등학교 3학년 학생도 이해했을 것이다.

배려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공간적 측면에서 고려하는데, 어떤 영역은 중복돼 애매한 부분도 있다. 서로 도우며 따뜻한 정이 흐르는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 배려와 사회적 배려가 많은 내용과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각 영역을 간략히 살펴본다.

경제적 배려 규정에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한부모가족 지원법' 등이 있고 각 직장, 단체와 개인의 활동으로 연말연시 어려운(‘불우’라는 용어를 순화) 이웃돕기 성금 등 각종 모금 활동에 참여하고, 후배에게 교복 물려주기, 사회적 기업에서 고령자·결혼이주여성·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 제공, 동전 모으기 등이 있다.   

사회적 배려 규정에는 '국가보훈 기본법',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31조: 채용시험의 가점 부여),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제27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고용 의무(소속 공무원 정원의 100분의 3 이상 고용)], '다문화가족 지원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제2조: 교원에 대한 예우(특별 배려 강행 규정)], '전라남도교육청 천천히 배우는 학생 교육 지원 조례' 등이 있다.

서울지역 대학교 입시전형에서 지역균형 선발, 지역인재의 고른 선발을 위해 지방대학교 총장의 7급 시험 대상자 추천, 공무원 공개경쟁 시험에서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의 별도 선발, 도내 특성화고 졸업자로 한정한 기술직공무원의 경력경쟁 임용시험, 가정 상황을 충분히 파악한 담임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고려, 취약 계층 방문 간호 서비스, 사회복지시설 봉사활동 등도 있다.

정치적 배려는 여야의 막힌 정치적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 윈-윈하기 위한 협상 전략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자로 정치적 소수자인 장애인, 여성의 우선 추천 지역을 지정하거나 비례대표 후보자로 이들을 당선 안정권에 배정하는 것, 상임위원장의 여성 몫을 지정하는 것, 국경일 등에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절차 없이 행하는 특별사면 등이다. 또한 정치 관료를 임명할 때 지역을 고려한다거나 기타 상황을 고려하는 것도 있다.

문화적 배려는 건강을 싹트게 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체육시설, 운동시설을 설치·관리하고, 각 지역 문화센터에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주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공공도서관등에서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글 강좌를 운영해 여기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자녀들에게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버스 행선지를 읽을 수 있는 문해자가 되게 한다. 

기관·단체 주관으로 도서·벽지 지역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서울 나들이를 하도록 초청하거나 다문화 학생들에게 그들 부모 나라의 문화 소개와 아울러 엄마·아빠 나라 말을 할 수 있게 하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상담, 지역마다 다문화교육지원센터 설치 등으로 배려를 위한 변화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공공시설물을 사용한 후 다음 사람이 사용하려다 언짢아 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도 좋은 사례다.

몇 년 전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배려 역주행’ 경험을 소개한다. 나도 2011년까지는 술을 조금 즐겼으나 건강하지 못한 위장, 남에게 취한 몸을 맡기지 않고 언제라도 직접 운전 가능한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는 마음, 산들 바람에 춤추는 화초와 나무는 예쁘지만 술의 무게에 눌려 몸이 흔들리는 사람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과 오래 살기보다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신념으로 금주를 하고 있는데 회식에 참석한 사람이 내 상황을 알면서도 무 배려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었다.

첫 번째는 직원들 회식에서 내가 상급자 옆에 앉았는데 그가 직원들에게 술을 돌려가며 권하다 내게는 술잔이 건너갈 수 없음을 알고 “술 안 마시는 ×은 저리가!”라고 하기에 속으로 “그래! 난 술을 바라만 보는 바보야”라고 하며 마음에 주름이 만들어진 채 옆의 비주류 직원들 상으로 자리를 옮겼고 두 번째는 동기 모임에서 한 친구가 술을 권하기에 다른 종류의 음료를 요청했더니 “술도 못 마시면서 어떻게 도교육청에 들어왔냐?”고 툭 쏘듯이 말했다.

그는 내가 내성적임을 잘 알고 있기에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걱정스런 말이었으리라 이해하면서도 먼저 건강을 고려해야 할 상황에 있는 친구에 대한 말투로는 부적절한 것으로 생각했다. 직원과 동료를 내부 민원인으로, 배려 대상으로 보는 습관이 형성되었더라면 어떤 상황이었을까?

공간적 배려는 건축 설계 당시부터 이상적인 주거환경 구성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해 장애인에게 불편한 건축과 도로 구조가 형성되어 장애인을 위한 주차장, 승강기, 버스 탑승, 도로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턱을 낮추는 보수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할 때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투표장소를 1층에 설치하는 것, 주차를 하면서 다른 주차 면을 침범하지 않는 것, 버스나 지하철에 노약자와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위한 좌석 지정 등 선진화된 시민 의식과 함께 배려 문화가 많이 확산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간적 배려는 위에 나열한 내용 외에 다중이 모이는 자리, 식사 자리에서도 그 중요성을 매우 실감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서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할 경우, 약간 불편하더라도 조금씩만 밀착하면 들어가려는 사람이 모두 들어설 수 있는 데도 몸집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해 옆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또한 식당에서 넓은 상에다 크나큰 접시에 음식을 담아 펼쳐 놓으면 앉아서는 음식을 집기 어렵고, 더구나 어려운 분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손을 뻗칠 수 없어 자기 자리에서 가까운 곳의 음식만 먹고 식사를 끝내며 아쉬워한다.

나도 이런 경험을 많이 했기에 직원들과 식사하러 가면 과감히 접시 하나에 두 가지 음식을 모으고 빈 접시를 들어내 음식을 상 가운데로 모으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한다. 직원들에게 공간적 배려를 언급하면서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더니 처음 듣는 말이라고 하면서도 필요할 때 내 대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솔선해 전파한 보람을 느낀다. 

배려하기 어려운 사람은 오직 ‘자기만 생각하며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거나 상급자와 선배는 존경하면서도 직원이나 후배는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배려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앞에 가는 사람과 뒤에 오는 사람이 어떤지, 왼쪽에 있는 사람은 괜찮은지, 오른쪽에 함께 가는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 살피는 사람’이다.

역지사지를 넘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역지감지(易地感之)가 필요하며 기본학력을 갖춘 학생이어야 학습을 진행해 나갈 수 있듯이 생활 속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기본자세를 갖춘 사람이라야 배려를 실천 할 수 있다.

물질적으로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거나 의지가 있다는 뜻이고, 마음으로나마 도우려고 한다는 것은 이타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배려를 생각한다는 것은 따뜻함이 앞서는 이웃과 더불어 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나의 말과 행동으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배려는 상대방에게 큰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베푸는 삶, 누군가가 무엇을 필요로 할 때 그 무엇을 채워주는 삶이 진정한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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