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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따호쉐프?'…재수생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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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따호쉐프?'…재수생 딸에게
  • 백도현
  • 승인 2016.10.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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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전남도교육청 학생생활안전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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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를 보내고 집에 가서 오랜만에 조선희표 김밥을 맛있게 먹고 목포로 향했다. 순천으로 향하는데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더구나. 다행히 보성휴게소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약해지더구나. 조선희표 김밥은 갈수록 맛이 좋아지고 있단다. 퇴직하고 분식집이나 할까 하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원룸 숙소에 들러서 간단한 청소를 하고 TV를 켰더니, KBS에서 다큐를 하는데 제목이 '공부하는 인간-호모아카데미쿠스' 제4편 '최고의 공부'였단다. 인상적인 제목이어서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시청했단다. 선발된 하버드 재학생 4명이 세계 각국의 공부 방법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단다. 무려 2년여의 기간 동안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인류문명에서 공부는 어떤 의미이며 각 문화권이 갖는 최고의 공부는 어떤 형태인가‘를 다루는 다큐였단다.

우리나라의 입시 위주 교육 환경과 비교할 때 각 문화권 나라들이 보여주는 공부의 방법은 크게 달랐단다. 세계적인 대학의 공부하는 풍경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이 유의미한 것인가를 반문하게 하는 내용이었단다. 머지않아 우리 딸 백민아가 도전하려고 하는 미국 대학에서도 대부분 우리와 같은 방법의 공부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관심있게 지켜보았단다.

결국 옥스포드나 하버드, MIT 등 유수의 세계 대학들과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유대인 교육까지 세계적인 인재들을 발굴한 교육의 패턴에는 공통점이 있었단다. 그것은 혼자만의 공부가 아니라. 대화와 토론의 교류와 협력의 방법이었단다.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주고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공부 방법으로 일방적 지식 전달 방식이 아닌 서로가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공부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단다.

진즉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과 같은 입시교육이 아닌 그들과 같이 다양한 사고의 교류와 협력의 방법을 주장하고 필요성을 역설했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이번 다큐처럼 실제 그 나라마다의 대학이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하는 방법들을 직접 보여주는 방송은 훨씬 충격이고 자극적이었단다.

특히, 미국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라는 대학의 '하크니스 테이블' 방법은 설립자가 미국 사회에 자신의 자본을 투자하면서 기존의 교육 방법과 다른 방법을 전제로 설립 취지를 제안하여 만들어진 것인데 모든 학생들이 원탁의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자신들이 준비해 온 내용들을 토론 방식으로 표현하는 수업 방식으로 이 때 교사는 조력자 역할만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여준 이스라엘 초등학교 교실의 수업은 그러한 서구사회 교실 수업의 절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단다. 유대인들의 교실 수업은 초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밴 방식인데 교사는 끊임없이 같은 단어를 수업시간에 반복해서 말하고 있더구나. 그것은 "마따호쉐프?'라는 문장이었단다. 유대어 "마따호쉐프?"는 "What do you think?"로써 "너의 생각은 무엇이니?"라는 질문을 교사는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던지고 있었고 학생들은 모두가 그 질문 앞에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답하고 있더구나.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이러한 방법을 익숙하게 만난 학생들은 어떤 교실 환경에서도 이러한 수업 방법을 편하게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단다. MIT 최고의 창의적 학생들이 모였다는 '미디어 랩'과에서 박사과정을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 출신 학생도 대한민국에서는 수재였을 텐데 그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면서 그들의 방식 앞에 1년 동안 벙어리 신세였다가 지금은 그들의 공부 방법이 최선의 방식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방법에 익숙해졌다는 경험을 이야기 하더구나.

"우리나라의 공부에는 동양적 사고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남을 너무 많이 의식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표현함으로써 나오는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한 두려움을 극복할 때 비로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와 닿더구나. 이제 민아는 자신이 걸어온 1년 동안의 재수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한 달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더 많은 인류의 다른 문화권 학생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더 수준 높은 학습 방법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 딸은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패턴으로 공부하는 일에 잘 적응할 것이라 믿는다. 차분히 남은 시간 잘 정리해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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