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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에코스쿨을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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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에코스쿨을 찾아가다
  • 허행숙
  • 승인 2016.09.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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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숙∥함평월야중 행정실장

지난호 전남교육신문에서 장만채 교육감은 “어느 봄날 시골장터 허름한 식당에서 마주한 춘화추실이라는 글귀에 시선을 빼앗겼다"고 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봄의 꽃과 가을의 열매’다. 그는 본디 ‘내적인 아름다움과 외적인 충실’을 의미하지만 교육감은 인과관계를 보았다고 했다. 

차가운 아침서리를 맞으며 아름답게 피운 꽃이 결국엔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고, 그러기에 인간의 삶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최우선시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앞으로 15년 후면 공교육과 교실 그리고 지금의 교사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는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방식과 환경이 없어지는 것으로 인간의 감성을 바탕으로 한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의 변화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며칠 전 함평에 있는 손불서초등학교(교장 정대성)를 다녀왔다. 영광군 염산면과 인접하면서 손불면 소재지에서도 한참을 안쪽으로 들어간 아담하고 작은 학교였는데 학생 수는 의외로 많았다. 이유인즉 손불서초는 무지개학교와 에코스쿨(ECO-School, 친환경학교)를 동시에 가꾸어 가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아 키워주기 위해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함께 운동장 달리기, 동시 지어보기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계셨다.

여러 활동 중에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동시집(마흔송이 꽃들의 노래)을 펼쳐보니 지난 겨울 붕어빵을 직접 구워주신 교장선생님에 대한 느낌이 제각각 재미나게 묘사되어 있었는데 ‘아∼ 이것이야말로 동시구나!’싶었다. 아이들의 천진무구한 생각과 순수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어 전혀 고치지 않고 엮었다는 동시집을 읽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2013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동시집(바다가 그린 그림-정대성作)은 요즘 지나치게 SNS나 컴퓨터에 빠져 있는 우리 아이들이나 가정에 순수함을 되찾아 주는 디딤돌 역할로써 충분해 보였다. 모처럼 접한 동시에 취해 밖으로 나와 보니 학교 안에 자그마한 동물농장이 보였다. 흰 토끼, 검정토끼, 회색토끼 토끼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닭, 오리와 함께 칠면조까지 작은 동물이 참 많았다. 

또한 2014년 공모 교장으로 부임해 학교 뒤에 있는 산을 친환경적인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면 최상의 에코스쿨이 되겠다 싶으셨단다. 그래서 손수 예초기를 등에 메고 잡풀을 제거하며 길을 내고 아이들이 오르고 내리는데 안전하도록 통나무와 각목을 제재소에서 구해 손수 계단을 만드는 등 유치원생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밧줄을 길게 쳐 놓은 것에서는 세심함이 엿보였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온 열정을 쏟았더니 이런 좋은 학습공간이 만들어졌다며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셨다.

그래 이런 게 친환경교육이고 에코스쿨이구나 싶었다. 산 중간 중간에 쉼터와 학습의 장을 만들어 이름표도 붙여 놓았다. 저학년이 앉을 수 있도록 놓여 진 낮은 의자가 앙증맞기까지 했다. 유치원에서 고학년까지 학습과정에 맞는 수업을 이곳에서 한다고 했다. 여러 가지 설명을 들으며 산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절로 호연지기가 생겨날 듯∼ 넓게 펼쳐진 영광 앞바다와 손불의 자랑 군유산 그리고 정겨움이 가득한 논·밭의 풍경이 굳이 인성을 애써 가르치지 않아도 충분히 인성과 감성을 함께 살려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참 교육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대부분 시골학교 내에 있는 산을 그냥 버려두거나 산책로 정도로만 이용하는 학교가 다수인데 비해 손수 길을 내고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텐데 하는 생각에서였다.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학생과 선생님 상호 간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이 아닐까 싶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건너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핀다면 분명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미래를 보장 받을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전남교육을 위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고자 무지개학교와 에코스쿨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도 더 이상 경쟁적으로 내몰지 않고 바른 인성과 감성을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이에 많은 예산을 수반하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에코스쿨이 운영될 수 있다는 본보기를 이 학교에서 살펴볼 수 있어 가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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