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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옥 선생님, 이제야 용기를 내어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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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옥 선생님, 이제야 용기를 내어 불러봅니다"
  • 윤경자
  • 승인 2016.09.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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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자∥ 前 담양고등학교 교사

 

류진옥 선생님을 추모하며

그대가 영원한 안식을 위해 장지로 가는 날, 하늘은 맑고 바람은 청량했습니다. 어쩌면 한 컷의 사진을 찍기에 정말 좋은 날인 듯 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선생님 가신지 한 달째입니다. 49일 간은 다음 생을 받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하는데 어쩌면 선생님은 너무 착하게 살아서 벌써 다음 생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그렁그렁 시간이 흘러 그대의 손끝에서 생생한 기록으로 남은 전남교육의 역사는 곧 그대를 잊으라고 할 것 같아 이제라도 용기를 내 불러봅니다.

여기저기 주차공간을 찾다 어렵게 주차를 하고 무거운 가방과 카메라를 둘러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 다니던 선생님 모습 너무도 생생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군의 경계를 넘나들며 바쁘게 오가는 모습에 편안한 옆 자리 앉아만 다니기 많이 미안하기도 했었습니다.

추어탕 한 그릇, 막 지은 고슬한 솥밥, 텃밭에서 뽑아온 푸성귀 한 접시. 참으로 소박한 밥상에 행복해하던 순박한 선생님, 어느 때는 사진 한 장이 세상을 혹은 인생을 바꾸기도 하기에 온 세상을 향해, 항상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빛을 보내고자 했던 선생님. 한 행사를 마치고 다음 행사장으로 달려갈 때면 으레 차 안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며, 빠르게 달려가 준비를 하던 선생님. 

모든 행사 때마다 입장하는 장면부터 혹은 사람들과 만남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찍고, 또 끝났을 때도 똑같이 반복되는 퇴장의 모습을 찍느라 가장 늦게 출발해서 가장 먼저 도착해야 했던 일상. 그 속에서 때맞춰 먹어야 하는 식사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고 “아니 맨날 같은 사진. 뉴스에나 사진첩에도 필요 없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찍으세요? 그냥 지나쳐도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필요에 따라 매 순간이 중요한 순간이고, 사진이 어디에 필요하냐 안하냐를 떠나서 행사 중은 물론 전에나 후에도 카메라 한 번 터트려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행사 분위기가 크게 차이가 난답니다.” 그래서 그렇게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던 선생님!

이제 그렇게도 무덥던 여름이 가고, 둘이서 함께 제 각각의 임무를 다하려고 다니면서도 가장 행복해했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억새가 있어 한국의 가을은 아름답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그러셨죠. “완전하게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벼의 논도 아름답지만 점점 익어가는, 같은 듯 조금씩 다른 노랗고, 누르스름한 그 색의 조화야말로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요?”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 어우러지는 조화로움!

그 가운데 황홀한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이 가을! 순간의 포착이지만 단 한 순간에 모든 이야기를 담은 사진으로 현실을 보여주고 소통하며,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사랑을 베풀던 선생님의 무거운 어깨가 새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에 담는 그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렸던 선생님! 사진 한 컷만 누르고 나면, 그 분의 건강과 그 날의 기분을 읽어내며, 지난 어느 날엔가 그 분의 신발이 많이 낡아 눈에 밟혀 속상하면서도, 그래서 그 분을 존경한다던 선생님.

어쩌면 선생님은 사진을 통해 세상에 가장 진실한 아름다움을 빛으로 보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있을 땐 몰랐던 향기가 없으니 더욱 짙어갑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언제나 가버린 후에 더욱 절실해지는 법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무균실에서 문자를 주고받던 때만 하더라도 나는 그대를 다시 볼 수 없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말 많은 세상에서 말보다는 묵묵히 웃음과 행동으로 답하던 선생님!

모든 것에 진심만 담아내던 참 좋은 사람. 그대가 있어서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졌으며, 함께한 사람들은 행복했습니다. 티끌 없이 맑고 청정한 그곳에서 편히 쉬시다가, 다음 생에는 건강한 몸 받아 오셔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시기를…. 어느 날엔가 밤에 빛나는 여러 별 중 하나는 이글을 접한 그대라 생각하렵니다. 끝으로 어느 시인의 시 한 편을 적습니다.

사진을 보며

멀리 계신 당신이
그리운 날입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사진들
날마다 어루만져 찍힌 지문 사이로
당신이 살아서 툭툭
걸어 나올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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