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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미끄럼틀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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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미끄럼틀이 사라지고 있다"
  • 장용열
  • 승인 2016.06.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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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열∥목포북교초등학교 행정실장

미끄럼틀은 학교운동장에 꼭 있었다. 그 옆에는 항상 그네랑 철봉도 함께 있었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빠른 속도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가끔은 친구들이랑 서로 안고 내려오기도 했다.

어떤때는 계단이 아닌 미끄럼틀로 올라간 후에 내려오기도 했다. 또, 아무런 이유없이 모래를 미끄럼틀에 뿌리고 모래들이 싸악하며 내려가는 소리와 모래가 굵은 것과 가는 것으로 분리되는 것을 보면서 계속해서 모래를 미끄럼틀에 뿌리기도 했다.

누구나 어린시절 한번쯤 갖고 있는 미끄럼틀에 대한 추억이다. 그런데 우리학교에 이 미끄럼틀이 사라졌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정기 시설검사를 받았고,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내려오는 미끄럼틀에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홈이 길게 생겼고, 안전검사기관은 이 홈이 어린이들에게 위험하다고 판정했다.

안전관리법 제13조에 따르면, '설치검사에 불합격된 어린이 놀이시설은 이용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검사에 불합격된 미끄럼틀이 설치된 놀이터 때문에 곁에서 늘 함께 있었줬던 그네, 시소도 모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아쉽지만, 아이들이 그네라도 타고 놀 수 있도록 미끄럼틀만이라도 철거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법 제29조에는 '불합격한 어린이놀이 시설을 이용하도록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검사기관에서 불합격 결과통지서를 받고 미끄럼틀을 철거하면서 혹시나 이번 철거가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미끄럼틀은 엄마·아빠가 어린시설 놀던 놀이기구요, 지금 아이들도 자주 찾는 놀이기구다. 미끄럼틀은 부모와 아이가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놀이기구 중 하나인 것이다. 지금 아이들이 부모가 됐을 때 순수함으로 가득찼던 초등학교 시절, 미끄럼틀에 대한 추억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끄럼틀이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에 미끄럼틀이 다시 설치되고, 놀이터가 미끄럼틀에서 시끌벅쩍하게 떠들고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찬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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