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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개교 64주년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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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개교 64주년 기념사
  • 지병문
  • 승인 2016.06.0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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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문 ∥전남대 총장

존경하는 33만 명의 동문과 광주·전남의 시·도민, 교직원, 그리고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오늘은 전남대학교가 국립 종합대학교로 첫발을 내디딘 지 어언 6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남대학교는 그동안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하고, 인재를 키워 미래를 개척하자”는 시·도민의 염원을 등에 없고 쉼 없이 달려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인재양성과 학문창달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64년 동안 땀 흘린 결과, 전남대학교는 국내는 물론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미래 창조의 지식공동체로서 끊임없이 희망을 만들어내며 지역과 국가 발전을 선도하였습니다. 역사의 부름에 망설임 없이 나섬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주도하고, 공고하게 했습니다.

전남대학교는 이렇듯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거나 갇혀서는 안 됩니다. 찬란한 역사는 전남대학교가 더 큰 미래로 나아가는 디딤돌일 뿐,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곳은 희망 찬 미래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전남대학교 가족 여러분!

우리는 지금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세돌과 AlphaGo의 대국에서 보았듯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이 사람의 역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시에는 ‘인공지능 변호사’가 등장했습니다.

스포츠와 날씨 관련 기사를 대신 써주는 소프트웨어 (software)도 탄생했습니다. 다보스 포럼의 ‘미래고용보고서’는 인공지능에 기반 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2020년까지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무크(MOOC)’라는 온라인 공개강좌의 확산으로,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학의 역할과 존립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요구됩니다. 밀려드는 변화의 ‘쓰나미’는 우리에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의제(agenda)의 설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인간의 미래를 개척함과 동시에, 새로운 생존의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동시에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래의 대학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창조자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합니다. 교수는 가르치고, 학생은 받아 적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21세기의 가치인 지식창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고 답을 모르는 미래를 우리는 대비해야 합니다. 고등교육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대학의 현실은 이와 같은 시대의 요구와는 사뭇 거리가 멉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파장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세상은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데, 대학은 20세기의 사고에 갇혀 있습니다. 아직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의 교육방식과 실험실 안의 연구에 머물러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 시대정신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문명의 변혁과 입학자원의 감소에 따른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이지만, 정부는 고등교육을 살릴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정원감축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대학구조개혁은 처음부터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귀를 닫고 있습니다. 사립대에 편중된 고등교육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도 외면합니다.

더 늦기 전에 위기에 처한 대학을 구해 낼 특단의 대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고등교육을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중심에 세우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대학이 바로 서야 교육이 살고, 국가 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미래의 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국립대학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모든 대학들이 비슷한 학사제도를 운영하는 지금의 국립대학 체계는 더 이상 순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대학 별 특성과 규모에 따라 차별화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립대학 운영시스템을 개편해야 합니다. 정부는 규제 위주의 획일적인 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전남대학교 가족 여러분! 오늘 개교 64주년을 맞은 전남대학교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인공지능시대에서 인간이 할 일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시대정신에 충실한 교육과 연구를 통해 불확실성 속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미래의 교육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창의적 사고와 개척정신을 갖춘 사람만이 이러한 역할을 해 낼 수 있습니다.  지난 시절 풍요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과 역사발전에 앞장섰던 전남대학교가 이제는 당면한 대학교육의 혁신에 앞장설 것을 제안합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토대로 대학이 도달해야 할 좌표를 확실히 설정하고, 그 목표 지점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합시다.

자리를 함께 해주신 노동일 회장님을 비롯한 총동창회 관계자와 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년 6월 8일 전남대학교 총장 지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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