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AlphaGO와 교육 단상(斷想)
상태바
AlphaGO와 교육 단상(斷想)
  • 최대욱
  • 승인 2016.03.28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대욱∥ 한국교총부회장, 교육학박사, 보성여중교사

최근 알파고(AlphaGO)의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대결 결과로 인류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즉, ‘알파고 쇼크’이다. 인간들은 기계와 대결한 게임에서 1승을 올리는데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4패를 한 점에 대해서는 자존심이 상했고, 한편으로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 게임은 인간이 이길 수 없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등의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바둑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알파고 개발자 하사비스(D. Hassabis)를 보면서 가마우지 낚시를 하는 중국 어부, 산업혁명에 성공한 서구의 침략자,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의 사무라이, 수퍼파워 아바타를 조정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시(顯示)등이 자꾸 연상됐다. 그리고 이천 여 년 전 만물을 수로 설명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수의 원리를 종교적 차원까지 확장시키고자 했던 피타고라스 학파의 재림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알파고 충격은 1957년 10월 4일 미국이 겪었던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Shock)를 떠올리게 하였다. 스푸트니크 쇼크는 제2차 세계대전 종결 후 냉전 체제의 한 중심축이었던 미국이 자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킨 소련에 대해 느낀 군사·과학·기술은 물론 교육 부문에서 받은 충격이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의 주도적 방향은 행복교육, 꿈과 끼 교육, 핵심역량 교육 등이다. 그리고 체험중심교육, 흥미중심교육 등의 진보주의 교육방법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 대처하고, 세계적 교육 흐름에 부응하며,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반영하고, 즐겁게 체험하면서 창의성을 함양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진보주의 교육방법은 스푸트니크 쇼크와 함께 막을 내린 적이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도입되고 있는 진보주의 교육방법은 인문·사회학 교과나 체육·예술 교과에서는 적절할 수 있으나 자연과학 교과를 공부하는 데는 적절한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교과는 자연과학 분야이고, 자연과학의 학습과정은 흥미와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 자연과학을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포함된 자연과학 분야의 교육방법은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진보주의를 비판하면서 도입된 본질주의 교육방법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자연과학 분야의 폭발적인 지식의 양과 지식 생명력의 단기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학문의 핵심 개념과 원리 즉, 지식의 구조를 파악하고 확산적 사고를 통해 창의성을 함양해야 한다는 본질주의 교육방법이 적절하다.   

우리나라도 이번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산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현장에서 자연과학 교과를 중시하고, 공부 방법도 본질주의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 바둑에서처럼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서 맥(脈), 그리고 맥과 맥의 관계를 중시하는 본질주의, 지식의 구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문의 본질, 지식의 구조를 학습하는 동안 느껴야 하는 학습자의 흥미는 종국적인 성취감의 희열로 대체돼야 한다. 자연과학 공부에서 추구하는 행복은 역설적이지만 금욕적 희열인 경우가 많다. 이번  대국과정에서 보여진 기사(棋士)들의 집중, 인내, 금욕, 두뇌 회전 등이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참 모습이고, 학습자의 행복은 1승을 올린 인류 대표의 희열감에 넘친 모습에서 찾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