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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말고 질문과 호기심으로 참여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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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말고 질문과 호기심으로 참여시켜라
  • 정재영
  • 승인 2016.03.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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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순천 팔마고 수석교사

 

며칠 전부터 세기의 대결이라며 Google(DeepMind)에서 내놓은 AI(Artificial Intelligence)과 바둑계의 최고 고수인 이세돌과의 대결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자부해 왔던 바둑이라는 게임ㅡ기계가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통합적 사고와 직관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ㅡ에서 인간 이세돌이 3연패를 당했고 가까스로 어제 1승을 거뒀다.

처음부터 1:1200라는 불공정 게임임을 제기하는 여론 속에서도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게임에 임하는 이세돌 기사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저 괴물 같은 기계를 이겨라고 얼마나 응원을 했는지 모른다. 결국 인공지능은 불계패 당했고 그 순간 가슴 졸이며 TV를 지켜보던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대국 장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 하나는 무한한 Data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였다.

그것은 4국에서 이세돌이 보여줬던 ‘신의 한 수’라고 일컬어지는 묘책인데 그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아직까지는) 감각적인 직관에 기반한 선택이었다.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많은 경우의 수를 검토한다고 해도 세계최고수들도 생각해내기 어려운 한 수에 컴퓨터는 당황했을 것이며 Manual에 익숙한 알파고는 아무런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처지였지만 불계패를 받아들여야 하는 제작팀에게도 혼란스런 일이었으리라.

교사인 나로서는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학교에서도 인공지능과 같은 저런 괴물들(Manual에 익숙한)을 만들고 있지는 않는 것인지’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외국의 유명교육학자 그리고 미래학자들은 우리나라 교육은 죽은 교육이라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국

내의 교육학자들도 서슴없이 ‘외우고 시험보고 잊어버리는’ 교육을 질타한다. 그러나 누구하나 이것을 바꿔보려는 시도조차 하려하지 않는다. 미래의 사회에서는 Data양의 축척으로는 인간은 결코 Computer를 이길 수가 없다. 그것은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하는가? 이제 교사는 수업에서 가르침(강의) 시간을 대폭 줄이고 아이들에게 학습과제를 해결하려고 맡겨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리를 깨닫게 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안내역할만 해야 하는 생강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는 의미로 해석해야할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더 많이 가르쳐주려고 할 때 아이들은 지루해하고 배움의 즐거움과 발견의 기쁨은 소리없이 사라지고 만다. 모둠별 혹은 조별로 협력해서 안 풀리는 문제는 교사가 도우미 역할을 해주며 Hint를 주면 된다. 그래서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유레카! 라고 외치는 기쁨을 맛보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스스로가 아이들이 진정 느껴야할 기쁨을 빼앗아 왔는지도 모른다. 모둠 안에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은 친구들끼리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력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이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모둠에게 격려해 주고 특별히 친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도움을 주는 학생들을 칭찬해 주면 되는 것이다.

설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모둠이 있다고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면 되는 것이다. 이 시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교사의 역할이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의 한 수를 꺼낼 수 있는 아이들을 만들어 나가는 안내자이지 않을까? 이세돌과 인공지능의 다섯 번째 대국이 진행되는 끝에서 올해도 전라남도 선생님들의 건강과 행복한 교실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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