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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국고보조금 뿌리부터 개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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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국고보조금 뿌리부터 개혁하자
  • 김남수
  • 승인 2015.12.2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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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前 강진군의회 의장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에 지원하는 돈인 국고보조금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 돈을 둘러싼 비리와 부패,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2조원 규모이던 국고보조금은 해마다 늘어 2014년 기준 52조5천억원으로 불어났다.

2007~2012년 연평균 증가율은 7.2%로,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 증가율 6.4%보다 높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사업은 2009년 이미 2천건을 넘었고 지난 2014년에는 무려 2천200건에 달했다. 이렇게 규모와 종류가 늘고 있지만 관리, 감독은 부실해 국민의 혈세(血稅)가 곳곳에서 줄줄이 새고 있다.
 
2013년의 경우 수사기관 등이 적발한 국고보조금·지원금 비리 규모가 무려1천700억원대에 달했다. 단 한 푼의 세금이라도 부정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제도 전체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최근 발표된 수사, 조사 결과를 보면 국고보조금과 관련된 비리와 부패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공무원과 업자들이 결탁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나랏돈을 뜯어 먹고 있다.
 
 일선 학교의 경제교육을 강화한다며 2008년 설립된 ‘경제교육협회’는 13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36억원을 빼돌렸다. 이 사건에 연루된 업체의 사장은 비밀 장부에 ‘돈은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고 적어 놓았다. 작심하고 비리를 저질렀음을 짐작하게 하는 간접 증거다. 영광군의 한 공무원은 허위 서류를 받고 22억원의 보조금을 교부하기도 했다.
 
한 사단법인 본부장은 2012년 ‘청렴·공정 공직사회 정착을 위한 심포지엄’ 사업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은 뒤, 쓰고 남은 돈을 자녀 학원비, 개인 용돈 등으로 쓴 사실이 적발됐다. 인건비 부풀리기, 허위 활동일지 작성, 하청업체 지급비용 과장 등의 방법으로 빼돌린 돈이 2013년 기준으로 1천700억원을 넘었다.
 
수천억원대의 보조금이 투입돼 지방 곳곳에서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묻지마식’ 개발사업의 경제성까지 고려한다면 국고보조금 관리 부실은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렇게 국고보조금과 관련한 비리가 많은 것은 근본적으로 관리·감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 주체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돼 있는데다, 중앙정부도 부처별로 별도 관리를 하고 있다.
 
또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장 공무원이나 업자가 작심하고 속이면 적발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업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검찰과 경찰, 감사원이 적발하는 패턴이 매년 반복된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젠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정부는 최근 국고보조금 비리를 ‘우선 척결 비리’로 정해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부처별로 흩어진 국고보조금 정보를 올해 안에 연계해 공개하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구축하고, 지난해부터 공개범위를 확대했다.
 
또 보조금이 들어가는 모든 사업에 대한 이력과 보조금의 배정, 집행, 성과평가 등을 공개하고, 비리가 발견된 사업은 예산을 깎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 눈길을 끌었다. 당연한 조치였지만 이 정도로는 비리 근절이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보조금 교부 사업 선정 자체를 더 엄격하게 하도록 제도 자체를 뿌리부터 개혁할 필요가 있다. 국고보조금은 일단 지원되고 나면 사업자의 기득권으로 인식돼 축소 또는 폐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보조사업의 내용을 마음대로 변경하거나 거짓 보고를 한 사람 등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는데 이를 징역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국고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사라질 때까지 보다 엄격하게 제도를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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