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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는 박근혜 정권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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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는 박근혜 정권 교과서
  • 한택희
  • 승인 2015.10.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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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택희∥전라남도의원(순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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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출신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인 E.H.카(Edward Hallett Carr)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또한 역사적 사실이란 단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을 기록하는데 그 정확성과 객관성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역사의 모든 것은 아니다.
 
역사가가 구체적인 사실들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평가했을 때, 비로소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다. 역사가란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의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이를 반대하는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 종교계, 문화계 등 각계각층의 서명도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눈을 감고 귀를 닫은 현 정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여론이 쏠려있을 때 관련 예산까지 의결했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국정 교과서 개발에 필요한 예산 44억 원을 예비비로 의결했다”며 “예비비 일부를 국사편찬위원회에 내려 보내 집행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20일 밝혔다. 예비비는 천재지변이나 예기치 못한 급박한 사유등으로 불가피하게 집행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 쓰이는 예산이다. 정부와 여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미리부터 작정하고 밀어 부친 것이어서 이번 예비비 집행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다.
 
90%이상의 역사학자들이 좌편향이라고?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정 교과서가 무엇이고 역사가 무엇인지 등의 기계적 정의가 아니고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일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현 정권의 정치적 노림수인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핵심국정과제로 추진해온 박근혜정권이 갑자기 국정교과서를 이슈로 또다시 국민을 진보와 보수로 분열 시키고 극단적인 이념논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굴절된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우리들이 지겹게 보고 겪었던 낯익은 장면이다.
 
그러한 학습효과 덕분에 우리의 미래인 학생교육을 볼모로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위정자의 꼼수를 모를 국민이 아니다. 이번 교과서 국정화 논란도 먼 훗날 한국의 근현대사 교과서에 실리게 될 역사의 일부일진대 후대 사학자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서 서술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박근혜 정권은 90%이상의 역사학자들을 ‘종북’ ‘좌편향’이라는 무시무시한 마법의 단골 메뉴로 옭아매어 놓고, 국정교과서라는 고지를 향해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아무런 근거 없이 90%이상의 역사학자를 ‘좌편향’으로 매도하다니 실로 감내하기 어려운 이성을 잃은 망언이 아닐 수 없다. 한평생을 학문연구에 몸바쳐온 학자들의 명예를 무자비하게 짓밟는 이 정권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건전한 의식이 있는 역사학계와 교육계의 전문가들은 정권으로부터 철저히 매도당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10%의 역사학자를 꼬득여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조차 우려하고 있는 1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에 졸속으로 국정교과서를 펴내게 되면 정부가 인증하는 교과서에 대한 정통성에 대해 우리 사회는 격렬히 비난할 것이며 나아가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정권 교과서

초ㆍ중ㆍ고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법적으로 국정, 검정, 인정도서가 있다. 국정은 국가가 집필하고 편찬하는 교과서이고 검정과 인정은 교육부의 교육과정 지침에 따라 민간에서 개발한 후, 검정은 교육부, 인정은 시도교육청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교과서이다. 그런데 정작 ‘국정’교과서에서 ‘국가’는 실체가 없으며, 존재하는 실체는 ‘정부’이다. 따라서 국정교과서는 ‘국가의 교과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교과서‘인 것이다. 이 점을 명확히 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말했듯 90% 이상의 역사학자들이 반대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검ㆍ인정 교과서도 교과 내용에 대한 사전 지침, 검ㆍ인정 과정에서 심사 탈락 또는 수정을 명령할 수 있으므로 통제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내용이나 용어는 충분히 걸러낼 수 있으므로 그동안 우리가 배웠던 검ㆍ인정교과서 어디에도 정권과 보수언론들이 주장하는 ‘6.25전쟁이 한국의 책임’이라든지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내용 등이 기술될 수 없다. 그들 스스로 검정하여 발행한 기존 8종의 역사 교과서에 없는 거짓사실을 국민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서를 펼쳐보면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검ㆍ인정에 의한 통제에 만족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박근혜 정권용’ 교과서를 편찬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계획에 의하면 교과서가 발행되는 시점은 박근혜 정권 임기가 2년 정도 남는 시기이다. 겨우 2년 사용하고 차기정권에서 폐기될 것이 자명한 정권교과서를 수백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여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잦은 교과서 교체로 인한 학교현장의 혼란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북한, 베트남, 러시아, 터키 등 최후진국이나 독재 국가가 아니면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는 나라는 없다. 지금대로라면 우리 국정교과서에 과거 친일행위와 유신독재가 미화되어 서술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민생에 전념해야 할 때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지금까지의 역사교과서는 좌편향 일색이라며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변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보수층에서는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인해 대한민국이 수치스런 과거를 가진 부패한 사회라는 착각을 갖게 하고, 우리 부모들은 불의한 체제에 기생하는 존재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삶 자체에 부정적 태도를 만듦으로써 청년들 자살과 정신질환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실업, 경제 살리기 등 민생에 전념해야 할 때임을 간과하고, 구태의연한 색깔론과 이념 대립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계층간, 세대간 위화감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멈춰야 한다. 그리고 민생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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