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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badge)에 마음을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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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badge)에 마음을 담자
  • 윤근호
  • 승인 2015.10.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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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호∥함평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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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하면서 거들먹거리기 상징으로 활용한 배지는 완장(팔띠로 순화)을 연상케 한다. 운동경기의 주장이나 학교에서 주번이 팔에 두르는 것이 아닌 일제 강점기 순사 보조원의 팔띠 말이다. 팔띠는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것이지만, 손가락으로 건드려도 넘어지게 생긴 허약한 사람도 이것을 차는 순간 백팔십도로 달라져서 으레 남들을 호령하는가 하면 친구나 동네 노인에게까지 안하무인으로 행패를 부리곤 했다니.
 
당시 순사 보조원은 성격이 모질고 악질인 자들이나 부잣집 하인 출신으로 양반세력에 불만을 가진 계층이 포함되었고, 일본인 순사의 수사, 검열 등의 일을 도왔기에 이들의 권세를 빌려 얼마나 위세를 부렸을지 짐작케 한다. 팔띠를 찬 목적은 어떤 조직, 단체나 팀에서 일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소속원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자발적으로 화합과 결속을 다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팔띠를 찬 사람이 저지른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으스대는 행동, 횡포, 자리를 이용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꼬집는 의미가 더 강하다.
 
2003년 도교육청 심벌마크가 확정된 후 다음 해 1월 내가 전입했을 때 전입자 중 가장 상위 직위자 1명에게 교육감께서 배지를 달아주는 의식이 행해졌다. 배지는 심벌마크를 옷에 붙일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지만, 외형적인 디자인과 색상의 의미보다 더 큰 “님은 이제 우리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며 평가하는 가족이다.
 
자기 자신과 우리 도의 교육발전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우리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열정을 갖고 밝고 깨끗한 교육환경과 학습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며, 학부모와 지역주민과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고 정직하며, 적극적인 대화와 홍보로 민원 해결에 최선을 다 하라”는 내적인 가치에 대해 들리지 않은 당부도 있었으리라.
 
배지는 어떤 기관이나 단체에 근무한다는 과시보다는 그 기관, 단체와 관련된 고객들에게 즉, 국회의원은 국민들에게, 시도의원은 시도민들에게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다짐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신독(愼獨)을 행하면서 살아가도록 자기통제 역할도 한다. 마음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종종 역으로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배지에 대해 동료와 대화를 했는데, 행동을 제약하고 모든 것을 조심해야하기 때문에 자기는 달지 않겠다고 했다. 그만큼 배지는 행동을 조신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활동하게 하는 조절장치, 친절 봉사를 하도록 안내하는 목적이 될 수 있다. 갑과 을의 관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어느 국회의원이 “유권자, 국민은 언제나 갑이고 국회의원은 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본인은 “선거 때만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거 전이든 당선된 이후든 항상 을의 자세로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이 아파하면 어루만져 주고 가려워하면 긁어 주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진정한 권위는 봉사에서 나온다”고 한다. 지역구 주민과 고락을 함께한 그 국회의원이야말로 배지에 국민의 마음을 담은 진정한 봉사자이리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직한 보람과 함께 배지를 달고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에 열중한다면, 직원들의 높아진 사기(士氣)와 업무 효율성이 시너지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 확신하기에, 조직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모든 공무원들이 ‘배지 달고 근무하기’ 운동을 전개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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