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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재정, 저성장 장기 침체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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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재정, 저성장 장기 침체에 대비해야
  • 김춘호
  • 승인 2015.08.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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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전남교육청 거점고추진담당 사무관

최근 교육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을 놓고 첨예하게 논쟁 중이다. 10년 전 2005년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을 놓고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 간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교육부가 2004년 12월에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부금 배분기준을 학교·학급·학생 당 비용을 학생 당 비용 하나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부는 지방세전입금 20% 인센티브 조항을 신설하여 지방세전입금의 80%만 기준재정수입액에 반영하고 나머지 20%는 자체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로써 세수규모가 큰 대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 간에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 시작되어 교육계는 부익부 빈익빈 논란에 휩싸여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이런 논란이 최근에 다시 일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기준인 학생 당 비용을 큰 폭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생은 적고 소규모학교가 많은 농어촌 지역의 재정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학생 감소에 따른 재정효율화 정책은 또 다시 효율성의 경제논리로 농어촌교육을 황폐화 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교육부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등 지방교육재정의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 동안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지방교육재정 확대 논의가 2005년에 그랬던 것처럼 교부금 배분기준을 놓고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 간 제로섬게임으로 변질 될 우려마저 있다. 이런 갈등과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세수 결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 중 내국세분은 전년대비 1조 7천억 원 이상 줄었다. 올해도 국내경기가 활성화 되지 않으면 세수는 더 큰 폭으로 줄어 내년에도 시·도교육청은 마른 수건도 쥐어짜야 할 형편이 될 수밖에 없다.

시·도 교육재정의 가장 큰 취약점은 국가로부터 전입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체 재원의 71.7%(2013.)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교육청이나 다른 교육청이 모두 다 같은 처지이다. 또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구조 상 교부금 규모가 내국세분 수입은 내국세 총액의 20.27%로 규정되어 있어 국내경기의 변화에 따라 좌우된다. 지금처럼 국내경기가 살아나지 못해 저성장 침체기가 지속되면 시·도교육청은 매년 재정부족으로 지금과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구조는 1991년 지방자치제 도입과 함께 재정분권화가 진전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점도 문제다. 우선 중앙정부는 학생 수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른 잉여 재원을 교육청이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지금의 재정부족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재정운영 실태를 감사했던 사실은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반면에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누리과정과 돌봄교실 운영 등 정부가 대규모 재정사업을 재원 조달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겨 오늘의 재정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어쨌거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본질은 교육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이는 헌법 제31조에서 선언한 교육에 관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과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법률이 바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다. 이 법은 국가가 초·중등교육에 소요되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따라서'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중에서 가장 실효적인 수단이다.

국민의 교육에 관한 기본권 보장의 실효적 수단으로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논의는 두 가지 관점에서 재설계 되어야 한다. 먼저 국내경기에 과도하게 의존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을 경기 침체기에도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아울러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교육재정 확대정책을 고교 의무교육 도입 및 저 출산 대책과 연계하여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GDP의 4.9%(2011.) 수준인 정부 부담 교육재정을 최소한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5.3% 이상으로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정부가 교육제도 개편을 논의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어떤 제도이건 그것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아이나 강원도 두메산골, 전남 신안의 외딴 섬에 사는 아이도 모두 다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가 어느 지역에 소재하느냐에 따라 그 아이들의 미래가 영향을 받게 된다면 그런 나라가 문화국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민주공화국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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