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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숙제 필요성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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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숙제 필요성 논의
  • 김승호
  • 승인 2015.08.12 09: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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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목상고 교장
김승호 칼럼.jpg

여름방학의 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방학책 풀기나 일기쓰기 등 밀린 방학숙제를 하느라 바쁜 때이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에서 방학숙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라 과거와 같은 부담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숙제하기와 같은 타율적인 학습보다는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자기주도 학습이 강조되고, 일부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어린이 놀이헌장’ 제정을 위한 선포식까지 열어 어린이의 놀 권리를 존중하자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이 아닐까?

이제 방학은 자기주도 학습의 시기로 자리 잡았다. 방학 동안 학생들은 학교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선생님들로부터 배우는 학기중 학습과 달리 스스로 계획을 세워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한달 이상의 방학 동안 스스로 계획을 세워 학습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방학의 원래 의미대로 그저 편하게 쉬는 것이라 여기는 학생이나 학부모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방학은 학교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부족했던 교과에 대한 보충과 함께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좀 편하게 공부하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국내외 학습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일정 분량의 방학숙제가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방학공부를 체계적으로 하는 학생들과 방학을 그저 편히 쉬는 학생들간에 학력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방학으로 인한 학습결손 누적 실태에 대한 연구들도 있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연구결과에 기초한 것은 아닐지라도 방학으로 인한 학력손실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방학숙제가 국가수준에서 제시되었었다. 일제시대부터 초·중학생들에게 방학책이 무료 배부되었으며, 방학책에는 매일 매일 공부할 과제가 제시되어 있었다.

1979년 여름방학 때부터는 초등학생용 탐구생활과 중학생용 방학생활로 바뀌어 제시되었으며, 이는 1997년 부교재 채택비리와 관련하여 부교재 사용 전면 금지와 함께 사라졌다. 2000년대 이후부터 방학숙제는 자율화되었으며, 교육방송에서 방학생활 책자와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지만 개별 구입으로 이용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방학숙제로 초등학교의 경우 일기쓰기, 독후감 등이, 중학교의 경우 영어단어 예습, 한자쓰기, 수학 문제풀이 등이 제시되었지만 현재는 방학숙제가 거의 사라진 편이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교육에서 방학숙제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학기 중 숙제도 거의 사라졌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보다 높은 학력수준을 보이는 핀란드나 일본은 물론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방학숙제에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지만 학기 중의 숙제에 대해서는 국가 교육정책이나 학교 교육계획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숙제는 한정된 수업시간을 보완해 줄뿐만 아니라 학교와 가정의 교육책임을 공유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핀란드 학교는 숙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방과후에 숙제를 도와주는 ‘숙제 학교’를 모든 학교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숙제를 통해 학습 보충을 할 수 있고, 능력에 따른 숙제지도를 통해 교육평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캐나다에는 주별로 숙제정책이 있다. 예를 들어,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교육부는 하루 저녁에 1-2시간 분량의 숙제 부과 기준을 정하고, 내용면에서도 예습 중심, 어휘력 증진 중심으로 권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국가수준에서부터 주, 학교구 수준에 이르기까지 숙제정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미국 교육부는 ‘자녀의 숙제지도’(Helping Your Child with Homework)라는 26쪽짜리 소책자를 발간하여 보급하고, 홈페이지에도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자기주도 학습 유형인 숙제가 복습이나 예습을 통해 학교수업의 질을 높여주고 나아가 학업성취도 향상에 효과가 크다는 각종 연구결과들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숙제는 학생들의 학습 책임감과 자기관리능력 등 좋은 학습태도를 배양시키며, 학교와 가정 간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학부모연합회나 교원단체들의 홈페이지에도 교육부와 동일한 논조로 숙제의 효과와 필요성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제시되어 있다. 교사는 좋은 숙제의 조건, 적정 분량, 숙제 부여 빈도 등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준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미제출 할 경우 부모님께 통보하는 등의 대책에 대해서 충분하게 설명해 주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숙제에 대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해 줄 경우 단순하게 평가하여 점수만 주는 것보다 성적 향상에 훨씬 효과가 크며, 숙제검사 시 오류 확인 및 개별 지도하기, 특별히 잘 한 것에 대하여 칭찬하기 등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학부모는 숙제를 통해 자녀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숙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도와주기 보다는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며,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숙제하는 습관을 갖도록 지도하고, 숙제의 양이 너무 많거나 적을 때는 선생님과 상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구와 학교의 홈페이지에는 각각의 숙제정책이 제시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하루에 부여할 수 있는 숙제의 분량, 주당 숙제 빈도, 미완성할 경우 대책, 숙제기록장 확인 요령, 교사와 학부모의 피드백 방법 등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당 평균 숙제 빈도는 초등학생 3∼4회, 중학생 4회, 고등학생 4∼5회이며 주말에는 숙제가 없다. 또한 1일 평균 숙제에 소요되는 시간은 초등학생 40분, 중학생 70분, 고등학생 100분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숙제분량 기준은 학년당 10분씩 증가하는 방식으로 초등 1학년은 10분, 6학년은 60분, 9학년 90분과 같이 학년수에 10분을 곱한 것과 같다. 이러한 기준이 권장되는 이유는 매일 일정량의 숙제 제시가 효과적이며, 과도한 숙제는 학력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더러 형식적인 숙제하기나 숙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중고교에서는 여러 교과담당 교사들이 숙제를 제시하면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과목당 30분 분량, 전체 2시간 이하 소요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제한사항까지 제시한 학교도 있다. 숙제를 자기주도학습과 정규수업에 밀접하게 연계시키고 있는 미국 등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초․중학생들의 경우 방과후 교육활동과 학원수강 부담이 크다는 것을 고려하여, 그리고 고등학생들의 경우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으로 숙제할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아 거의 사라졌다.

더욱 문제가 큰 것은 내신성적에 반영하기 위해 제출 여부가 중시되는 수행평가와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정규수업과의 연계성을 중시하는 숙제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평상시에는 숙제가 사라지고 특정시기엔 너무 많은 숙제로 학생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진정한 의미의 숙제가 공교육에서는 사라진 반면, 사교육 시장에서는 숙제가 책임지는 교육의 모습으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면서 학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방학숙제가 사라진 현상을 기초로 학기중 숙제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기주도 학습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숙제를 없앴다고 누군가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적 연구 관점에서 볼 때 변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숙제정책을 새롭게 마련하여 학교수업과 자기주도학습을 연계시킬 수 있고, 제대로 된 숙제제도를 통해 공교육에서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교육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학교교육력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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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2021-07-06 10: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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