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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를 다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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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를 다시 생각하자"
  • 노영필
  • 승인 2015.03.15 23: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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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필∥상일여고 교사·철학박사
노박사 교육공감.jpg

학기초는 많은 업무들이 논의되고 결정되는 시기다. 교과수업 진도표를 만들고 평가계획, 자치 동아리 봉사 진로 행사의 창체활동, 각종교육활동계획, 각종 위원회구성, 장학계획, 방과후학교 등등 1년간 해야 할 일의 준비는 복잡하고 까다롭다. 그 가운데 유독 결론을 만들기 어렵고 서로 눈치를 보는 일이 방과후학교 활동이다. 수요자 부담으로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민감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때문에 본질적인 측면에서 교육철학을 반영하거나 교육목표를 점검하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학생들에게 방과후 활동을 둘러싼 갈등은 강제적이냐 자율적이냐의 문제이다. 방과후 학교는 부분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관점에서는 교과의 기득권이냐 아니냐의 이해관계냐로 본말이 전도된 채 나타난다.
 
"왜 하는지?" "그 동안의 문제점은 뭔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이나 성과를 만들었는지?" 등의 본질을 따지는 논의를 만난 적이 없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수업활동은 예민한 이해관계의 문제다. 서로 내놓고 말하지 않지만 방과후활동 규모가 커서 월급 이외의 또 다른 수입원이다. 수업량을 나누고, 수업기간을 정하는 일의 기준이 그걸 넘을 수 없는 원칙으로 작용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방과후활동과 관련된 모든 논의에서 교육은 없고 경제적인 이해관계만 있다. 누군가 문제의식을 갖고 본질을 건들면 공공의 적이 된다. 너는 수입과 상관없이 독야청청할 수 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지금은 교육청의 고급 간부가 되어 있는 모 인사가 부조리한 방과후 학교(당시는 보충수업이라고 부름) 운영을 문제삼다가 동료들의 비난을 더 많이 산 적이 있었다.
 
요즘의 방과후 활동은 과거와 달리 상당히 투명해졌다. 방과후 학교의 문제점이 양적으로 줄어들고 합리적으로 변했다지만 질적으로 더 나아지려면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초창기는 모든 과목이 일률적으로 시간 배당을 해 수업을 진행했던 것에서 지금은 대입수능과목을 중심으로 편성하는 변화가 있었다. 그점이 문제다.
 
응시과목의 비중에 따라 시간을 배분할 뿐 교과수업시간을 넘는 교육목적을 담으려는 프로그램이나 내용은 볼 수 없다. 여전히 방과후 학교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상부기관에서도 학원화할 가능성을 염려해 교과수업을 못하게 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교육청의 감독의지나 학교 관리자들의 소신없음은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이런 환경에서 방과후활동의 본질을 만들자는 검토나 제안은 엄두도 못 낸다.
 
관리자들이 취하는 소신이라면 갈등이 커지지 않고, 다투는 모습을 만들지 않은 차원에서 일이 잘 굴러가길 원할 뿐이다. 운영프로그램도 교재도 문제다. 교사들은 수업을 연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 의식해 대부분 참고서를 채택해 또 다른 수업을 진행한다. 그야말로 소수 학생이 참가하더라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청의 감사 초점도 금전수납의 문제나, 감사의 관점에서 부당운영의 문제점만을 따지지 말고 '교재를 개발하려 했는지',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방과후 학교의 이상적인 방향은 수업활동의 보조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실질적인 활동시간의 확보가 더 우선적인 점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초등이나 중학교에서는 특강중심으로 이뤄지는데도 고등학교에서는 대입을 위해 수업을 강화하는 한 방과후 학교는 이해관계를 맴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요, 그 한계를 넘어야 정상화된다. 이런 방향에 머무는 한 교장교감들은 참가자 숫자나 양으로만 관리할 수밖에 없다. 교사들 역시 수동적으로 이해관계를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관성화되어 가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변화시켜보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교육의 본질을 고민한다면 교육청부터 교사들까지 적극적인 각성을 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는 태도라면 방과후 학교를 중단하고 학원으로 양보해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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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작성자명 2015-03-16 11:20:15
적극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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