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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만드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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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만드는 마을
  • 오인성
  • 승인 2015.03.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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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성∥전라남도나주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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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는 아름답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하늘의 무지개를 보고도 가슴이 뛰지 않게 되면 차라리 목숨을 거둬가 달라”고 읊으며 무지개를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삼았다.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올까? 아마도 일곱 빛깔의 독자성과 그들이 이루는 조화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지개학교는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의 이름으로, 개인의 독자성과 전체의 조화를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 각각의 빛깔이 선명하면서도(독자성) 한데 어우러져(조화) 온전한 아름다움(행복한 삶)을 만드는 무지개의 속성이 혁신학교를 상징하게 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혁신학교는 지금까지의 학교교육을 반성하는 데에서 출발하였다. 대학입학을 지상과제로 여겨 인성보다 학력을, 협력보다 경쟁을 부추겼던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대두된 것이다. 학교에서의 학력경쟁은 학습의욕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가르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과 다르지 않아서, 경쟁의 결과로 소수가 얻게 되는 만족감은 다수가 갖는 열패감이나 적대감 같은 부정적 심리의 크기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또, 학력과 경쟁위주의 ‘보다 빨리 남보다 많이 아는 교육’은 학교울타리 안 교육이 주가 되는 폐쇄적인 속성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혁신학교 즉, 무지개교육이 나아가야 할 교육의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나주가 전라남도교육청의 ‘무지개학교 교육지구’로 지정되었다. 도교육청과 나주시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4년간, 양측에서 매년 2억 원 씩 총 16억 원을 투자하여 지역단위로 학교혁신을 도모하고 인재육성 터전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나주에서는 무지개교육의 기치 아래 자신의 내면을 바르게 다듬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품성과 역량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진흥하게 될 것이다. 학교울타리를 허물고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여건을 교육자원으로 활용하는 개방형 교육시스템을 개발하여 관찰과 탐구, 토론과 체험을 일상화시키고 몰입을 유도함으로써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람을 키워내게 될 것이다.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람, 그는 바로 개인으로서 자기 빛깔이 또렷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협력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람을 기르는 교육은 제 빛깔을 갖게 하는 교육이다. 이를 ‘따로의 교육’이라 하자. 학교는 학생에게 정서적 신체적 경제적으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일을 찾아 자발적으로 계발하거나 몰입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나주에서는 무지개교육을 통하여 단 한 명도 소외된 사람 없이 능력과 환경, 적성과 성향에 맞게 제 빛깔을 살려내고 키워가는 다양성 존중의 교육을 실천할 것이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교육은 협력하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이다. 이를 ‘같이의 교육’이라 하자. 학교는 다양한 능력과 성격을 지닌 학생들이 서로 배려하며 사회 공동선을 위해 힘을 모으는 협력체험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돈이나 권력 같은 재화를 소수가 독식하는 사회를 당연시하고 적자생존(適者生存)을 부추겼음을 인정하고, 무지개교육을 통하여 타인이나 공동체, 자연에 대한 배려와 협력의 필요성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조화의 교육을 추진할 것이다.

나주 무지개학교 교육지구에서는 ‘스텝 체인지(S.T.E.P Change)’를 구호로 네 분야를 중점 혁신할 계획이다. 첫번째는 학교문화 혁신(School culture innovation)으로, 자치공동체 같은 학생중심의 문화를 조성하고 교육취약학생 통합지원망으로 소외된 학생이 없는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 두번째는 교육방법 혁신(Teaching method innovation)으로, 미래핵심역량인 창의와 융합, 자율과 배려, 참여와 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 주제통합형 체험활동을 강조하고 조율과 합의를 실현하는 융합형 토론수업을 확대할 것이다.
 
세번째는 교육지원체제 혁신(Educational support innovation)으로, 나주이화 유스오케스트라 등 문화·예술 감성을 키우는 프로그램과 다문화 인턴강사, 학교도서관 순회사서 등의 교육과정 운영 인력을 지원코자 한다. 네번째는 파트너십 혁신(Partnership innovation)으로, 빛가람 혁신도시를 비롯한 지역의 기관 단체 등과 협력관계망을 만들고 결혼이민자 학부모의 언어학습 및 학력취득 지원사업 등을 호혜적 관점에서 추진하려고 한다. 

무지개학교 교육지구는 혁신학교의 정신과 문화가 전체 학교로 확산되어 정착될 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에 교육공동체 단위로 추진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물과 빛과 공기가 어울려 무지개를 만들어내듯 학교와 교육지원청, 지역사회가 힘을 모으면 무지개교육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련한 봄기운 속에 무지개학교 교육지구 선포일을 맞아, 교육가족과 시민 여러분의 협력으로 나주 들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찬란한 무지개가 걸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제 나주는 무지개를 만드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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