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영어공부, 해보겠다는 동기부여가 관건"
상태바
“영어공부, 해보겠다는 동기부여가 관건"
  • 김두헌 기자
  • 승인 2006.08.20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택 나주중앙초등학교 교장의 영어공부에 대한 조언

한국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10년 이상 영어공부에 매달린다. 다른 비영어권 국가보다 평균 지능지수(IQ)도 월등히 높고 영어교사 자질도 우수하다. 영어실력이 한국처럼 높이 평가받는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영어를 못하기로 유명하다. 왜 그럴까?

교육과정상의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영어공부의 출발선상에 있는 초등학교 영어는 어떻게 실시되고 있고 어떤 문제점이 노정되어 있는가? 한상택 전라남도 초등 영어과 교육연구회 회장(나주중앙초등학교 교장)을 지난 8월 초, 나주중앙초등학교 교장실에서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한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독학을 통해 영어를 공부해 능숙하게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전남 초등 영어교육의 산증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상택 회장은 우리나라 초등 영어교육의 문제점으로 네가지를 꼽았다. 듣기 말하기 중심의 교과서, 교육시간 구성, 지도교사, 지도자료 활용이 그 것.

“우리나라 중등 영어과 교육 50년간의 병폐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현행 초등영어 교과서는 음성언어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문자언어는 보조언어로서 지도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에 따르면 음성언어와 문자언어와의 통합이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한 회장에 따르면 실제로 3,4학년 영어교과서 1차시의 경우 보면서 듣기, 따라하기, 놀이하기등 음성언어만으로 지도한 후 연습이나 복습과정이 생략되었다는 것.한 회장은 더욱이 가정에 돌아가 녹음자료나 CD를 듣는 것 외에는 다른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학습기회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처럼 음성언어 위주의 교과서 때문에 현장 교사들은 Book Making(책만들기) 작업을 통해 어린이들이 배운 내용을 학교나 집에서 반복 연습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한 회장은 이럴바에야 언어기능 통합지도를 하면서 교과서에 그 내용을 제시, 불필요한 교사들의 작업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럴 경우 ‘과거처럼 문자언어위주의 교육으로 회귀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記者)의 질문에 한 회장은 “원어민이나 녹음자료 CD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자료가 충분해 문자언어 중심의 영어교육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기우”라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현행 1년간의 문자배제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7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초등 영어과 교육시간은 3,4학년의 경우 주당 1시간씩 할당되어 있다. 물론 교육과정 해설서에는 재량시간등을 이용해 부족한 영어시간을 확충하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하고 있지만 재량시간은 재량시간대로의 존재이유를 갖게 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량활동 시간을 영어시간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

한 회장은 “현재 3,4학년 학생들이 주당 1시간씩 공부하고는 있지만 1주일 후 학습 기억률은 거의 0%에 가깝다”면서 “이왕 시작한 외국어 교육이라면 적어도 최소한 일주일에 3,4학년은 2,3시간, 5,6학년은 3시간 정도는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회장은 현행 교육과정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당 40분의 수업을 하루 40분으로 운영하지 않고 월요일 10분, 화요일 10분, 목요일 10분,금요일 10분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교육과정 분산지도’를 주장해 눈길을 모았다.

“전남 초등영어과 연구회 회원들에게 이 분산지도법을 권해본 결과 성공적인 영어과 지도경험 보고를 들은 바 있습니다. 주당 1시간의 지도로는 지도와 망각을 지속하지만 작은 시간 10분이지만 거의 매일 지속적으로 반복학습을 실시하면 외국어 학습의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습니다.”

한 회장은 이같은 교육과정 분산지도를 통해 현행 교육과정상의 초등영어과 지도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외국어 학습의 성패인 지속성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회장은 “이 문제는 특히 국가수준에서 관심을 갖고 최소한 초등 영어과 수업시간수를 주당 2,3시간은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특히 “외국어 지도에 대한 초등교원들의 저항감은 의외로 강하다”면서 “3,4학년의 경우 개별연수로도 자신감을 보이는 교사도 있지만 5,6학년은 점점 수준차가 심하게 나타나 저항감이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교사들의 지도능력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한 회장은 ‘교환수업, 전담교사 배치’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이 일선 교사들의 초등학교 영어 지도능력의 유일한 대안일 수는 없는 노릇. 한 회장은 실제로 “현장 교사들은 전담교사제가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영어과 전담을 해서 1시간이나 2시간을 지도한 후 일주일 후에 다시 수업을 해보면 예외없이 전시 학습 파지상태가 제로 상태라는 것.

하지만 담임의 경우에는 아침 저녁 조회 종례 전후 시간을 활용해 분산지도나 보충학습이 가능하고 언제든지 과제점검이나 심화학습을 할 수 있으나 전담교사제는 정규시간밖에 없고 그것마저도 행사 등으로 인해 수업이 빠지게 되면 새로 시작해야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담임지도가 가장 효과적인 영어과 지도방법”이라면서 “실제로 본교 3학년들은 담임교사들에게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중앙초등학교는 교육과정에 용해되어 있는 자료제작을 통해 전학년에 걸쳐 ‘생활영어 급수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 회장은 “교사용 CD를 학생들에게 복사해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면서 “전국 교육과학연구원 전국공동개발 자료인 초등 영어과 사이트등을 활용하는 것도 영어공부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국 자료, 각 시도교육청 동호인회, 영어과 연구회, 교육방송등 교사가 원하면 얼마든지 필요한 자료를 찾아 쓸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다고 덧붙였다.한 회장은 “특히 교장선생님들도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면서 “영어교육과정 구조를 읽히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 교장선생님들은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수준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구체목표는 ‘흥미와 자신감을 키워 의사소통 기본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 회장은 교장선생님들이 초등영어교육의 구체적인 목표를 확실히 이해하고 교사들에게 연수등을 통해 자신감을 부여해 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교육은 무엇보다 지도자 양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교육과정이 있고 교재, 시설순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시설투자에 너무 치중하고 있습니다.”

한 회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영어타운 열풍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또 원어민 교사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남관내 각급 학교에 세워지고 있는 작은 영어타운도 10억∼50억 단위로 한 곳에 집중 투자해 학생들에게 자극과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전라남도교육연수원에 개설된 JLP과정에 초등학교 교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어를 전공한 중등교사들보다 영어교육이 필요한 것은 오히려 비전공자들인 초등학교 교사들이라는 것.한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에 외국인을 만난 것이 영어공부의 동기가 됐다고 한다.

외국인과 의사소통에 실패한 한 회장은 AFKN을 들으며 음성언어 위주로 공부했고 군시절을 거친 후 다시 원어민들과 접촉하는 기회를 가져 자신의 영어공부의 수준을 가늠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회장은 “영어교육의 성공여부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어일으켜 주는 동기부여’에 있는 것 같다”면서 “제일 좋은 영어공부법은 동기부여를 받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