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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멍이 큰둑을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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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멍이 큰둑을 무너뜨린다"
  • 안순일
  • 승인 2007.04.26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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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일 광주교육감의 '혁신 실천을 위한 메세지'

혁신은 일상 업무 속에서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하고 내 주변의 작은 불합리를 고쳐나 가는 일이다. 혁신과제가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모이면 큰산을 이루고, 반대로 작은 구멍을 미리 막지 못해 큰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시 교육청 관내 N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날이었다. 4교시 수업이 끝날 무려 윗층 교실에서 갑자기 탱크가 몰려가듯이 요란한 소리가 아래층 교장실까지 울렸다. 알아본즉 3개 학년 교실을 향하여 급식 밀차들이 일시에 달려가다 보니 천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조용하고 쾌적해야 할 학교가 매일 시끄러운 소리에 시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날마다 밀차 소리를 들으며 생활해 왔던 N학교 학생들이 전임학교 아이들에 비해 유달리 큰소리로 떠들고 행동도 더 거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바르지 못한 이유가 밝혀졌고, 급식 밀차라는 작은 구멍을 막아야 학생교육이라는 큰 둑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도 분명해졌다. 그래서 소학년용 급식실을 개수해서 전학년용으로 바꾸어 운영하고 식사 수칙도 제정하여 급식실을 질서와 예절, 인성과 건강을 교육하는 장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식사시간에는 스피커를 통해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며 음악 감상을 하면서 식사할 수 있도록 하였더니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변화를 보이며 차츰 안정되었고 한 학기가 지나면서부터는 정착되었다. 게다가 이러한 노력을 교율부가 주관하는 전국단위 급식교육 워크숍에서 우수사례로 발표하여 커다란 교육적 성과를 거양하기도 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 있다. 어느 유명가게 앞을 지나던 행인이 유리창을 깼다. 가게 주인은 곧 달려 나갔지만 행인은 잽싸게 달아나 버렸다. 주인이 살펴보니 그리 큰 문제가 안될 것 같아 깨진 유리창을 종이로 붙여놓고 장사를 계속했다. 그런데 얼마후부터 가게 앞엔 하나둘 오물이 버려지고 유리에 낙서하는 아이들까지 생겼다.

그러더니 차츰 손님들이 줄어들고 마침내 가게는 문을 닫고 말았다. 이 일화가 던지는 시사점은 아무리 장사가 잘되는 가게일지라도 사소한 실수와 미비점을 방치하면 예기치 않은 손실과 치명적인 경영실패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먼지 묻은 손잡이나 구멍난 쇼윈도우, 고객에게 불친절한 직원 한사람 때문에 유명가게가 서서히 몰락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거 하나 정도는 적당히 넘어가도 괜찮겠지'라며 우리가 소홀히 해왔던, 작은 것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성공은 치열한 경쟁이나 값비싼 홍보 마케팅이나 원대한 비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작은 부분을 챙기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금년은 광주교육혁신의 정점이자 정착의 시기이며 광주교육혁신의 성과지표를 전국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해다. 따라서 모든 혁신주체들은 각자 맡은 업무에 소홀하여 큰일을 그르치는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작은 구멍도 곰곰하게 살피는 지혜를 발휘하여 광주교육혁신을 조속히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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