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인화학교 천막교실을 바라보며
상태바
인화학교 천막교실을 바라보며
  • 장휘국
  • 승인 2007.05.11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휘국∥광주광역시교육위원

며칠 전부터 시교육청 마당에 ‘인화학교 천막 교실’이 설치되었다.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인 인화학교 중등부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시교육청 마당에 천막을 치고 농성 수업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교직원의 학생 성폭행과 추행 등으로 파행을 치닫다 못해 파국에 이른 학교 운영이 정상화하는데 시교육청이 적극 나서 달라는 것과 나아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의 투쟁을 선택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교직원의 학생 성폭행이라는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일이 계기가 되었지만, 수 십 년 동안 쌓여 온 학교운영의 각종 비리가 폭발한 것이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무시하며 소외시키던 청각장애인을 위하여 사회복지 법인과 교육시설을 설립하고 온갖 어려운 가운데 힘들게 운영해 온 설립자의 숭고한 정신과 희생 봉사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정신과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칭송하며 기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운영하는 과정에서 처음의 숭고한 정신은 점차 사라지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급기야는 교직원들이 사람의 탈을 쓰고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짓을 습관적으로 자행해 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벙어리라고 무시하고 천대하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가르쳐주는 거룩한 사람으로 믿었던 교직원들이, 그것도 그런 일이 결코 없도록 살피는 책임 있는 자리의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어린 아이들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문제가 불거지고 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교사들을 시켜 아이들을 억압하여 증언을 못하게 하거나 거짓 증언을 강요하는 짓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피해를 당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진실을 규명하는데 협조하고 앞장서야 할 교사가 오히려 범죄를 감싸고 덮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작태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러한 불의를 전해들은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립학교들이 그렇듯이 오랫동안 친인척의 족벌체제로 운영되다 보니까 집단적으로 도덕불감증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면서 온갖 부정과 비리로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학교 돈을 제 호주머니 돈보다 더 우습게 생각하고 마구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거나, 교직원 채용과 각종 교구 구입에서의 뒷소문, 시설 수용자 부풀리기 의혹 등등 국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도 감사가 허술한 맹점을 이용한 온갖 비리 의혹에 싸여 있었다.

이러한 비리 의혹이 장애아 성폭행이라는 극악한 범죄자를 감싸는 재단과 학교, 일부 교사들의 불의한 행위로 인해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와 장애인단체, 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인화학교 정상화에 나선 것이 벌써 2년 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투쟁해 보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공공기관 마당 한 가운데에 천막을 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국가 기관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위법한 투쟁에는 조금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다고도 한다. 또 투쟁에도 절차가 있는 것이고,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해 온 2년 이상의 지난한 투쟁의 과정을 안다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더구나 힘없는 사람들의 투쟁 방식은 무엇인가? 법과 질서, 순서와 절차를 다 지키면서 투쟁하면 어느 세월에 이루어지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누가 돌아보기나 하던가? 또 그 사연을 누가 들어주기나 하던가?

돈과 권력과 지위와 힘을 가진 점잔빼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정말이지 이제는 지겹기도 하다. 정말 힘이 있으면 이 뙤약볕과 험한 비바람 속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겠는가?

법과 질서, 절차와 순서를 말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인맥과 제도를 활용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하면 힘이 커지는 사람들이다. 모 재벌 회장님을 보시라. 그의 투쟁(문제 해결) 방식이 법과 절차를 지키던가? 정말 힘 있는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한다. 법보다 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그렇게 한다.

힘이 없는 사람일수록 천막을 치거나 밥을 굶는 투쟁 방식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어린 아이들이 투정부리고 떼쓰는 방식이라고 비웃지 마시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돌아보거나 사연과 주장을 들어보려고도 않는다. 설령 어린 아이가 떼쓰고 투정하는 방식이라 해도 그렇게 해야만 관심을 가지는 세상이 아닌가? 그래도 안 봐주니까 더 험한 방식으로 눈길을 끌지 않던가?

제발 좀 너그럽게 바라봐 주시기 바란다. 마음을 조금만 열어주시기 바란다.

사회적 지위와 명망을 가지신 너그럽고 점잖은 지도자들이여!
그들의 주장을 다 수용해 주라고 하지는 않겠다. 왜 그렇게 하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려고 마음을 조금만 열고 사연과 주장을 들어봐 달라는 것이다. 무슨 배후조종과 불순한 목적이 있겠는가?

정말 우리 사회가 소외되거나 억울한 사람이 적어지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