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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험생 학부모님들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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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험생 학부모님들께 드리는 글
  • 김규태
  • 승인 2007.05.17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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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 교육부 대학학무과장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대입제도를 담당하는 김규태 학무과장입니다. 대입제도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첫째, 일반인이 현재의 대입제도에 대해 자신이 겪었던 대입제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당시의 대입제도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혹은 30년 전이라도 말입니다.

두 번째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처한 입장이 판단의 최우선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자기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다면 그 제도는 좋은 제도이며, 그렇지 않은 제도는 문제가 많은 제도라는 겁니다.

한달 쯤 전에 어느 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린 고등학교 자녀를 둔 한 경찰관의 호소문은 아마도 두 번째 경우의 단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내 아이가 대학에 가기 유리하면 좋은 제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내’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대입제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들’ 아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대입제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몇 마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경찰관의 호소문이 갖고 있는 위험한 부성에 대해 몇가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호소문이 다 소개되지 않고 편집되어 전체를 알 수는 없지만 글의 요지를 보면 “3불 정책과 평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난한 집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다”, “사교육비 문제는 3불 정책을 고수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 폐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능문제 하나 차이로 등급(1-9등급)이 갈리고 대학이 갈린다.”, “수능에서 좀 실패했어도 실력대로 시험을 치러 떨어지면 원이 없겠는데 본고사가 없어 방법이 없다.”, 이어서 고교등급제를 인정하고, 기여입학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대학입시를 앞둔 '내 아이'를 생각해 이런 생각을 하는 부모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소위 3불 정책은 능력에 따라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오히려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이 당하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본고사를 제한하고 수능과 내신에 중점을 두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사교육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고사를 본다면 오히려 사교육비를 댈 여력이 없는 가난한 아이들이 손해를 볼 것이 명약관화하지 않겠습니까. 이와 더불어 수능을 한번 실수해도 크게 영향받지 않도록 내신성적과 대학별 고사를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수능 한 두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더 좋다?
또한, 수능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린다는 주장입니다. 종전에 대학에 수능점수를 제공해 많은 대학들은 수능 점수 위주로 학생을 선발해왔으며, 학생들은 수능 한 두점 차이로 오히려 합격 불합격 당락이 결정됐습니다. 그리하여 2008학년도부터는 이를 완화하기 위하여 한 두 문제를 실수한다 하더라도 동일 등급으로 범주화하여 운영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입니다. 고교등급제를 제한하는 것은 학교 간의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도 대학은 학생선발 시, 고등학교별 교육과정의 특성 등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이 주로 선배들의 진학실적이나, 수능성적 등으로 전국의 고등학교를 한 줄로 세워 개인의 능력 차와는 관계없이 해당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가점이나 감점을 주는 불합리한 운영을 교정하기 위해 고교등급제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주장되고 있는 기여입학제는 물질적 기여에 대한 반대급부로 대학입학을 허용해주는 제도인데, 설령 어느 정도 자격을 구비했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합격 불합격 여부가 그 대학에 대한 기부규모에 의하여 결정된다면 가난한 집 공부 잘하는 자녀가 과연 얼마나 혜택을 보겠습니까.

제한적이나마 얼마나 재력이 있는 부모를 두었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청소년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그 파급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자식만은 어떻게든 잘 키워보겠다고 마음 한 켠에 한을 가지고 살면서 자식들을 뒷바라지 해 온 아버지의 심정 토로와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충분히 공감을 살만합니다.

대입 3원칙은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
그러나 우리가 개인차원을 넘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근래 언론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입 3원칙은 엄밀히 말해 입시정책을 넘어서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정책이자, 소득 격차 또는 지역 차이를 넘어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이며, 또 다른 의미의 중요한 사회정책이라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자신과 자녀가 처한 입장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어떠한 제도가 우리 아이들을, 우리 교육을,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인 지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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