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학교폭력, 학생인권 도외시한 학력 최고 의미없다"
상태바
"학교폭력, 학생인권 도외시한 학력 최고 의미없다"
  • 장휘국 위원
  • 승인 2008.01.06 2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휘국∥광주광역시교육위원

200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면서는 새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설계를 합니다. 우리 광주교육도 희망찬 새해를 맞으면서 힘차게 출발하기를 소망합니다. 광주 교육은 안순일 교육감께서 취임한 이래 ‘실력으뜸’과 ‘청렴으뜸’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여러 분야에서 큰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이제 2008년에도 ‘실력으뜸’과 ‘청렴으뜸’을 이루기 위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 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기대가 크다보니 주문도 많습니다. 먼저 ‘실력으뜸’을 학과 성적, 시험 점수 중심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학생들의 실력을 자칫하면 시험 점수로만 재단하는 어리석음에 빠지기 쉽습니다.

진정한 실력은 시험 점수보다는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합니다. 성실하고 끈기 있게 공부하는 자세, 정직하고 남을 배려하며 서로 돕는 마음, 책임지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남다르게 생각하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진정한 실력입니다.

지식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더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다 잘하기보다는 남보다 특별히 더 잘하는 것, 특기를 가지는 것과 창의력이 진짜 실력입니다. 2008년 광주교육의 방향이 그리 잡혔고 안순일 교육감께서도 신년사에 분명히 밝혀서 참 다행스럽습니다. 첫 번째로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인성과 학력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주창하였고 두 번째가 ‘창의력을 신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예로 보면 말로만 ‘인성교육’과 ‘창의력 신장’을 강조하고 실제로는 ‘학력에 올인 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큽니다. 더욱이 새 정부에서는 개인의 경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 방향을 잡아가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이전에도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인성교육보다는 눈에 보이는 학력향상에만 급급하여 교육과정 파행 운영이나 성적 조작 같은 각종 비리와 파행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시험에 대비한다면서 교육과정 시간표를 바꾸고 거짓으로 운영하거나, 시험공부를 위해 자습을 시키거나, 문제지를 구입하여 모의고사를 치르거나 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학교와 지역끼리 경쟁을 시키다보니 생기는 각종 부작용과 역기능이 너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성적 경쟁은 수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해마다 점수 경쟁과 성적의 부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진정한 ‘실력으뜸’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다음은 지역사회가 지향하는 ‘문화예술의 도시’와 ‘민주 평화 인권의 도시’에 걸맞는 교육을 고민해야 합니다. 다행히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합니다. ‘문화예술을 애호하고 향유할 수 있는 마인드를 형성하고 문화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런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형식적이거나 보여주기 위한 행사나 시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보여주기 위한 행사 위주의 문화예술 교육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민주 평화 인권 교육’에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습니다. 광주가 ‘의향’이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가장 중대한 상징적 도시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분들은 ‘민주화운동’을 투쟁과 저항으로만 생각하고, 그 때문에 자녀들 취업도 잘 안되니 오히려 걱정이라고도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조선의병과 한말의병, 학생항일독립운동,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온 정의로운 정신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어떻게 계승하고 교육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다음은 ‘청렴으뜸’이 학부모와 시민의 피부에 닿도록 해야 합니다. 청렴도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일정하게 성과도 있습니다만 아직도 학부모나 시민들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교육감의 의지는 확고하고 여러 면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정작 부정과 비리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는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일선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비리가 척결되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 현장의 부조리를 척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아울러 학교운영의 민주화에도 크게 고민해야 합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정착되기 보다는 학교장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거나 학교장의 독선적 운영을 뒷받침한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학교의 사소한 비리나 부조리가 사라지고, 학교장이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투명한 학교 운영을 할 때 ‘청렴으뜸’이 빛날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 격차 해소를 고민해야 합니다. 결식 학생 급식이나 저소득층과 다문화 가정 과 새터민 자녀에 대한 교육지원사업을 확대하면서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교육 때문에 더욱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 밖에도 몇 가지 고민할 것이 있습니다. 학교 폭력 척결, 성희롱이나 성폭력 문제, 학생 인권 문제 등입니다. 자칫하면 ‘실력으뜸’이라는 구호에 묻혀서 소홀하거나 돌아보지 않을 가능성이 많은 문제들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지 않으면서 ‘실력으뜸’을 추구한다면 정말 재앙 수준의 결과가 올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학력이 전국 최고일지라도, 명문대학에 가장 많이 합격한다 해도, 성적 비관 자살 학생이 전국 최고이고, 학교 폭력이 난무하며 학생 인권이 짓밟히고, 교육과정 운영이 파행으로 얼룩진다면 무슨 자랑이겠습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