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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국민 최고의 자존심이 폭삭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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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국민 최고의 자존심이 폭삭 주저앉았다"
  • 유인학
  • 승인 2008.02.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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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학∥세계거석문화협회 총재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대문이 불탔다. 대한민국 국보 1호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에 의해 불더미가 됐다. 돈만 아는 탐욕인에 의해 국민 최고 자존심이 폭삭 주저앉았다.

600여년 역사를 간직하면서 임진왜란 왜구인들에게도 병자호란 오랑캐들도 태우지 않았던 숭례문이 천민자본주의 만연한 대한민국 돈욕심 앞에서 자국인에 의해 방화돼 숯검댕이 잿더미로 변했다.

불지른 자, 왜인만도 못하고 오랑캐만도 못하다. 방화범은 또한, 대한민국 국가안에서 살 자격도 숨 쉴 자격도 없다. 역사를 홀대하고 문화를 천대하고 살아온 대한민국 천민자본주의란 ‘주의’도 마찬가지다. 방화범과 천민자본주의는 실정법으로 단죄되고 다시 역사로 추가 중형되고 최종 문화로 중벌이 선고돼야 한다.

돈이 없으면, 부처님은 돌아 앉고 예수님은 두눈 감고 공자님은 고개 돌려, 인류의 성인들마저 외면해 버린다는 소위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천박한 흐름속에서 우리들은 돈만을 위해 숨가쁘게 살아왔다. 새마을 운동 당시에는 초가집 포함 전통을 부셔버리더니 도시화 아파트 건립 유행 속에서는 고인돌도 파묻고 할아버지 의병비와 할머니 열녀비도 유행삼아 파괴했다.

급기야 삽으로 대한민국을 재건하겠다는 청계천 신화에 이어 한반도 대운하를 최대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까지, 우리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이상을 ‘붓 아닌 삽’을 앞장세워왔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은 부존자원 빈한 국가에서 건설족이 마치 국가발전 선도그룹인 듯 우쭐대면서 말이다

이제 중단돼야 한다.남대문이 불탄 이 시점에서 우리들은 갈길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삽으로 조국 강토를 부자로 만들겠다는 어리석음은 대폭 수정해야 한다.목조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가정책이 시급히 세워져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진행은 매장문화재부터 건져낸 다음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는 시골 사람 호남인으로서 남대문은 도시 서울의 출퇴로와 향수심의 동시 상징이다. 호남선 밤열차를 타고 상경하면 남대문은 수더분한 낯빛으로 남도 끝자락에서 완행열차 타고 올라온 농촌 사람 유인학을 어머니처럼 언제나 정겨웁게 맞아주었다.

우리들은 남대문 문턱이 있네 없네 하는 논쟁을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남대문 앞을 서성거렸다. 남대문 근처에서 ‘돌담길 돌아서면 또 한번 보고’란 유행가 가락을 불러대면서 고향 호남을 생각하고, 고향 갑돌이 갑순이를 남대문 근처 ‘고향다방’으로 불러내 향수를 불태우며 울먹이기까지 했었다. 남대문은 언제나 촌사람 서울사람 차별하지 않고 민초들의 발길과 숨결이 총집합하는 서울역 광장 앞을 지그시 내려다 보았다. 오고가는 백성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볼 것 못 볼 것 죄다 보아오며 그 자리를 지켜왔다. 어머니처럼 혹은 할머니처럼 장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보살핌의 낯빛으로 우리들과 눈길을 맞췄다.

민족의 자랑이자 생활의 상징으로서, 역사의 증언자로서 언제까지나 함께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사라져 버렸다. 말없는 것들은 이렇게 사라지고 나서야, 말많다는 사람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단 말인가. '빨치산 온상지'였던 전남 구례의 화엄사도 남대문처럼 역시 목조 문화재이다. 화엄사에는 고 차일혁 총경의 지엄한 정신이 면면히 깃들고 켜켜이 새겨져 있다. 상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되는 경찰 간부로서 화엄사 각황전(覺皇殿)의 문짝만 태워 화엄사란 고찰을 지금까지 보존되게 했다고 한다.

일부만 소각했으니 지엄한 상부 명령에도 복종하고 천년 고찰 화엄사 대웅전은 보존했으니 지고지순한 민족 정신에도 순응하는 고결한 삶을 차 총경은 반 세기 전에 실천했다. “이 절은 태우는데는 한 나절이면 족하지만 이 절은 세우는데는 천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라고 강경파 부하들을 설득한 차일혁 총경이 지금 이 시각 너무도 그립다. 그가 환생해 필자를 포함한 현대인을 종아리 터지도록 매질해 주었으면 분이 풀릴 것 같다. 죄를 지었으니 매는 의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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