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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열 교장 '전남교육 미래, 교사의 수업열정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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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열 교장 '전남교육 미래, 교사의 수업열정에 달려'
  • 김두헌 기자
  • 승인 2009.04.16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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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헌 기자가 만난사람] 차광열 광주교대 목포부설초등학교 교장

"지난 교직생활을 돌이켜 보니 교육은 지식전수 보다는 인간다움, 미래사회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는 8월말 퇴임을 앞둔 차광열 광주교육대학 목포부설초등학교 교장(사진)은 지난 3월 25일, 자신의 전공인 사회과 수업방법 등을 후배 교사들에게 전수하는 특별공개수업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교장도 마지막까지 수업에 열정을 갖는다는 생각을 후배 교사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었습니다."

차 교장의 이날 수업을 지켜본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충분한 활동으로 논리적 사고와 행동을 통해 학생들의 창조적 지식을 창출시키는 수업이었다"며 "'군더더기 없이 본질에 접근한 수업'이었다"고 극찬했다.

사실 차광열 교장의 39년 교직인생 자체가 '군더더기 없는 삶'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터운 신앙심에 바탕을 둔 도덕적 완결주의',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한 성실하고 빈틈없는 학교경영'등 그와 함께 근무했던 지인들은 차 교장이 '맑은 영혼을 지닌 교육자'였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14일, 광주교육대학 목포부설초등학교에서 차 교장을 만났다.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은 안된다는 제 평소 소신에 따라 교대부설에 근무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별난 아이들'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지난 3년여간 재직한 광주교대 목포부설초등학교에서는 차 교장의 희망대로 작지만 의미깊은 변화가 찾아왔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가 꿈인 한 여학생이 방학동안 광양 광영초등학교 축구부 전지훈련을 따라다니더니 덜컥 이 학교 축구부로 스카우트 된 것.

이 여학생은 성적도 우수하고 전교어린이 회장직까지 맡고 있었다. 차 교장은 "이 학생의 학부모님께서 교장의 생각에 십분 공감해 과감하게 자신의 자녀에게 축구를 하라고 결단을 내렸다"면서 "분명 2∼3년후 청소년 국가대표의 꿈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광주교대 목포부설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생들은 우선 악기를 하나씩 배우게 된다. 바이올린, 첼로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방과후 학교 강사들이 악기를 대여해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부담은 거의 없다.

또 운동 하나쯤은 똑부러지게 해야 한다는 차 교장의 소신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은 축구는 물론 스케이트를 거의 다 탈 수 있고 6학년까지 수영도 마스터하고 졸업한다. 또 이 학교는 대외 축구대회를 나갈때 마다 남여 학생 혼성 선수로 구성된 축구부가 출전하는 것도 이채롭다.

차 교장은 "처음에는 운동을 시키니까 학부모들이 불안해 했다"면서 "지금은 부모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이 학교 학생들은 '나보다 못한 환경을 체험'하는 기회도 갖고 있다. 무안청계장애복지관을 방문해 청소도 하고 식사도 챙겨주고 돌아오는데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학생들의 태도변화는 주목할만하다.

차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우선 부모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이웃을 위해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는 각오, 남과 더불어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며 "온누리에 빛나는 아이들로 자라날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일부 후배교사들이 수업연구나 협의에 대한 열정이 뜨겁지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교사는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차 교장의 지론. 차 교장은 "전남교육의 미래는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열정에 달려있다"며 "특히 교장·교감선생님들도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길러야 장학력과 지도력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차 교장은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열정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수업 잘하는 교사들을 우대하고 나아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차 교장은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생긴다"면서 "무엇보다 학교는 아이들과 교사가 행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교경영자인 학교장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 특히 그는 "내가 하는 것은 모든게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길러야 후배 교사들이 학교장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고 영원한 멘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존경받는 교장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 학교장들에게 조언했다.

차 교장은 또 어린 학생들을 사교육 전쟁터로 내모는 학부모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 줄 세우기 교육은 부모들의 생각에 불과하다"면서 "부모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순정한 영혼들에게 학원을 순례시키는 노동은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에 대한 믿음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눈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특히 부모님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몰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퇴임후 차 교장은 그동안 받았던 사랑의 빚을 갚는 일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교회에 봉사활동도 더 열심히 하고 어려운 아이들이 있는 곳도 찾아보고, 교직에 근무중인 아내를 위한 가정 봉사활동에도 전력투구할 작정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어떤 지위에 오르고, 어떤 권력을 쥐고, 얼마나 많은 부를 이뤄냈는가가 중요한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년 퇴직후 뒤꼭지에 욕을 안먹으면 그게 성공한 삶이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해봅니다(하하하).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지난 39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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