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제자들에게 자신감 하나로 수백개의 국가자격증까지 취득하게 한 시골 실업계 고교 교사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홍조근정훈장을 받아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장흥실고 윤정현(尹正鉉, 49,사진)교사가 그 감동의 진원지. 올 3월 1일자로 장흥실고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5년간 근무한 보성실고에 부임한 윤 교사가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은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는 일이었다.
기초 학력이 부족하고 성취감을 느껴 보지 못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강조한 결과, 성과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목표 의식을 갖게 되자 전문계 고등학교의 고질적인 골칫거리인 '결석 없는 학급'을 2년간이나 달성할 수 있었다. 윤 교사는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기초 학력을 가르쳤다.
한글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3년동안 한글을 가르쳐 자격증을 취득하게 했다.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을 신문스크랩이나 기업체 사원모집광고 등을 제시하며 자격증 취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의 제자 중에서 사회에서 성공한 경우의 예를 들어주기도 하고 성공한 제자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와 학생들에게 직접 이야기도 해 주었다.
윤 교사는 실습할 건설기계가 없으면 인근에 있는 학교에 찾아가 실습을 했고 학원에 찾아가서 수강료를 깎아달라고 사정했다. 무엇보다 가정 형편이 곤란한 학생들이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공부 보다는 돈이었다. 학생들은 시험비용을 벌기위해 보성 녹차 밭과, 편의점,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험종목에 따라서 부산, 광주, 목포, 순천으로 시험을 보러 다녀야 했다. 더군다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중장비를 다루는데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가정환경이 곤란한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시험 접수비용마저 내기 어려울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아 윤교사는 학생들의 접수비를 대납해 주었다. 때문에 항상 윤 교사의 교무수첩은 은행대출 장부와도 같았다. 윤 교사의 지도 방법은 특이하고 지속적이었다.
학생들에게 개별 면담을 실시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다음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몇 명의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활용해 공부 내용을 매일 검사하고 공부 방향을 제시했다.
이 학생들을 시험에 먼저 응시시켜 자격증을 취득하게 한 다음 피라미드형식으로 다음 학생들에게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을 전수하게 했다. 학생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 된 다음부터는 학생들 스스로 자격증 취득에 매진했다. 윤 교사의 자격증 취득에 대한 동기부여로 자신감을 얻은 보성실고 자동차과 3학년 40명은 기적과 같은 실적을 거두게 된다.
박지현 학생이 2008 대한민국인재상 수상과 함께 국가기술 자격증 34개 취득으로 전문계 고등학교 최다 국가기술 자격 취득이라는 성과를 거뒀고 자동차과 3학년 40명의 학생들이 460개를 취득해 1인당 평균 11. 5개라는 전문계 고교 역사상 처음으로 두 자리 자격증 취득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쓰게 된다.
윤 교사는 2007년도에도 총 245개를 취득해 자동차과 3학년(35명) 1인당 평균 7.0개로, 전문계 고등학교 국가기술자격증 전국 최다의 성과를 2년 연속 기록했다. 윤 교사는 이미 12년 전 장흥실업고 재직 당시 이성호 학생(현재 기아 자동차에 근무 중)이 전문계 고등학교 최다 국가기술 자격 취득이라는 성과를 이룩한 바 있다.
윤 교사는 "장흥실업고 제자들이 30대 초반의 사회인이 돼 탄탄한 사회적 기반을 닦고 인사하러 오는 모습을 보며 보성 제자들도 저렇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다시 한번 자격증 취득 지도에 나선 이유"라며 "학생들이 자격증보다 더 값진 자신감을 주게 돼 기쁘다. 죽을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열악한 시설과 환경 속에서 윤교사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일구어 낸 이러한 성과는, 전문계 고교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