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낮 선생님과 밤 선생님!
상태바
낮 선생님과 밤 선생님!
  • 류제경
  • 승인 2009.09.28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제경∥나주 봉황초 교장

도둑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두 분의 담임선생님이 계시는데 한 분은 학교 선생님(낮 선생님)이고 또 한 분은 학원 선생님(밤 선생님)이라는 것입니다.

모 언론사 기자(최세미)가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서울?경기 지역의 성적 상위권 중학생 4명(남녀 각 2명)의 낮 선생님과 밤 선생님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4명이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결코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들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은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안 문제로 상담을 받고 싶다면 누구에게?’ 란 질문에 학교선생님 3표, 학원 선생님 1표가 나왔답니다. 학교에서는 가정 실태조사를 하고 학생 생활기록부를 쓰는 등 학생들의 가정문제에 대해 관심과 신경을 써 주니까 학교 선생님에게 표가 더 많이 나온 것으로 예측됩니다.

학원은 학습 상담을 하는 곳이지 학생들의 가정생활 상담까지 해 주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 학생들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진로 문제에 대한 고민은 누구와 상담하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학교 선생님 0표, 학원 선생님 4표로 학교 선생님은 학생의 진로에 대해서는 결코 신뢰할 만한 안내자는 아니라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학생들에 의하면 학교시험을 치르고 나면 가장 먼저 문자를 보내 성적에 대해 물어보고 결과가 잘 나왔을 경우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 사람은 학원 선생님이었다고 하니 그런 선생님과 자신의 장래 문제를 상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느낌이 드는 쪽’은 학교 선생님 1표, 학원 선생님 3표로 나온 결과는 참 씁쓸한 생각이 들게 합니다. 상업적인 테크닉이 강한 쪽이 학원이라고 하더라도 학원보다는 더 인간 교육을 해야 할 입장에 있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다른 것은 다 학원에 밀리더라도 이 항목은 우리들의 자존심에 관한 것이고 어떤 학생들에게 물어도 우리들의 자존심이 지켜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나를 혼내거나 체벌을 내려도 <나를 위해서다>라고 이해되는 쪽’에 대해서는 학교 선생님 0표, 학원 선생님 4표로 나왔는데, 학생들에 의하면 “학원 선생님은 학생에게 체벌을 했다가는 수입 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혼내는 학원 선생님을 보면 뭔가 진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이것을 일부 소수 학생들의 편협한 생각이라고 무시하고 넘겨 버리기에는 다소 무거운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들 교실에서 이런 설문을 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떤 답변을 할지 조금은 두려워 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