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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 문학 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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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 문학 시대를 열자
  • 오덕렬
  • 승인 2009.10.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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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렬∥광주문인협회 회장

제44회 전국 기능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시내 공업고등학교를 찾았다. 우리 '광주문협'회원의 시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능경기대회장에서 기능과 시화가 만난 것이다. 이런 ‘만남’은 좀체 보기 드문 일이었다.

기획 초대전 형식을 띠고 있었다. 경기장 복도에 전시된 시화전을 둘러본다. 우리 회원의 스무 남은 작품들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맞아주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상상력은 기능 경기를 펼치는 모든 이에게 다가가 영감을 줄 것이다.

’ 아, 좋은 일이다. 쇳소리가 주인인 공간에서 기능공들의 머릿속을 영감으로 스쳐갈 상상력…….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영감은 미래의 기능장(技能匠)들에게 자기 분야의 최고에 오를 수 있는 ‘그 어떤’ 능력을 줄 것이다. 어떤 일깨움의 길을 열어 밝히리라. 우리는 지금 다중매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 인터넷 사용자 10억, 휴대전화 사용자가 17억이나 된다.

정보화 시대는 문화는 물론 예술의 변화도 빠르고 다양하게 펼쳐진다. 예술에도 장르의 개념이 모호해진 지 오래다. 탈 장르를 선언한 것이다. 장르는 서로 융합하고 충돌하며 새로운 예술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융합과 접목을 통한 변신을 꾀한 것이다, 순수 장르만으로는 성공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문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시수필(詩隨筆)이 선보였다. 시수필은 ‘시+수필’의 통합양식이다. 이론적 뒷받침은 안성수 교수가 제공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수필적 내용을 시적 형식에 담은 새로운 수필이다. 장르간의 통합․통섭이 이루어진 셈이다. 종래의 수필이 정보화시대에 맞게 변신을 꾀한 것이다. 이러한 통합 현상은 신조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어령이 쓴 '디지로그 Digilog'는 ‘디지털(Digital) + 아날로그(analog)’ 형태이다. 부제로서 ‘한국인이 이끄는 첨단정보사회, 그 미래를 이끄는 키워드’라고 적고 있다. 그렇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아가는 것은 단절이 아니요, 통합적 모습의 ‘디지로그’로 문명의 융합임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상상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말에 ‘먹는다’는 말이 많음에서 착안하여 작가는 말한다. "먹는 것으로 상징되는 아날로그의 문화 코드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 코드를 읽는 학습과 훈련이 절실히 요망된다.”고.

또 보자. 팩션(faction)이란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이 신조어는 예술 장르로 자리잡았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로 말이다. 이런 수법의 작품은 형식에 따라 ‘팩션소설’, ‘팩션드라마’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과감하게 시도하자. 장르의 벽을 허물고 만나야 한다. 이질적인 것도 장점을 살려 융합하고 접목해보자. 우리 문학도 '디지로그 문학'시대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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